이 시는 두보가 성도에 도착하여 얼마 안 되는 시기(건원 2년 말, 혹은 상원 원년 초)에 지은 것이다. 당시 두보는 성도 교외에 있는 초당사草堂寺에 머물고 있었다. 고사군은 고적高適이다. 고적은 성도에서 멀지 않은 팽주彭州(지금의 사천 팽현)의 자사로 있었는데, 두보가 성도에 도착한 것을 알고 <증두이습유贈杜二拾遺>를 지어 두보에게 안부를 전하였고, 이에 두보는 이 시를 지어 화답한 것이다.
1 古寺(고사) - 옛 절. 여기서는 성도 교외에 있는 초당사草堂寺를 가리킨다. 牢落(뢰락) - 적다. 드물다.
2 寓居(우거) - 객지에 살다. 남의 집에 부쳐 살다.
3 故人(고인) - 친구. 여기서는 두보의 친구인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 배면裴冕을 가리킨다. 祿米(녹미) - 녹으로 주는 쌀.
4 鄰舍(린사) - 이웃.
5 雙樹(쌍수) - 사라쌍수娑羅雙樹의 준말. 석가세존이 사라수 사이에서 설법을 하였는데, 사라수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각기 두 그루씩 있었기네 쌍수라고 하였다. 흔히 고승이 설법하는 곳을 대칭한다. 이 구절은 초당사 스님의 설법을 두보가 듣게 되었다는 말이다.
6 三車(삼거) - 세 수레. 肯(긍) - 어찌 ....하려고 하겠는가? ‘豈肯’의 뜻이다. 이 구절은 스님의 수레로 책을 실어 나르게 해주겠는가라는 말이다. 이와 달리 실어 나르게 해주었다로 풀이하는 설도 있고, 불법은 언어문자 외에 있음을 뜻하는 말로 보기도 한다.
《법화경》에 “장자長者가 소 수레, 양 수레, 사슴 수레를 문 밖에 세워두었다가 여러 아들들을 이끌어 불난 집에서 벗어났다”는 말이 있는데, 이 세 수레는 비유이다. 양 수레는 성문승聲聞乘이요, 사슴 수레는 독각승獨覺乘이요, 소 수레는 보살승菩薩乘이니, 모두 수레로 실어 나른다는 뜻으로 불법을 비유한다. 앞의 두 수레는 임시방편으로 베푸는 것이고, 오직 큰 흰 소가 끄는 수레만이 실로 무거운 것을 끌고 멀리까지 가되 하나라도 잃어버림이 없으니 상승의 불법이다.
송 찬녕贊寧 《당경조대자은사규기전唐京兆大慈恩寺窺基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규기 법사는 성이 울지尉遲씨이다. 불경에 두루 능통하였다. 어느날 태원에 가서 불법을 전수하게 되었는데, 수레 세 대를 끌고 갔다, 앞 수레에는 불경을 담은 상자를 실었고, 중간 수레는 자신이 탔고, 뒤 수레에는 기녀와 노목 및 음식을 실었다. 도중에 문수보살이 노인으로 변장하여 그를 꾸짖자 지난날의 잘못을 순간 크게 깨닫고서 단신으로 갔다. 훗날 법상종法相宗의 큰 스님이 되었다.
7 草玄(초현) - 《태현경太玄經》을 짓다. 《태현경》은 한대 양웅揚雄이 《역》을 본떠서 지은 책이다. 성제成帝 때에 양웅의 문장이 사마상여와 같다고 추천하는 자가 있어서 양웅을 불러 승명전承明殿에서 황제의 기다리게 하였다.
8 相如(상여) - 사마상여司馬相如. 한대의 유명한 부 작가.
贈杜二拾遺 증두이습유
고적高適
두습유에게 드리다
傳道招提客 전도초제객 詩書自討論 시서자토론
佛香時入院 불향시입원 僧飯屢過門 승반루과문
聽法還應難 청법환응난 尋經賸欲翻 심경승욕번
草玄今已畢 초현금이필 此後更何言 차후갱하언
초제의 객이 되었다는 말 전해 들었나니
시서를 절로 토구討究하시겠구료.
불향이 수시로 뜰에 들고
절밥이 거듭 문을 지날 터.
법문을 듣고 또한 응당 질문을 하실 것이요,
경전을 찾아 다시 펼쳐보시겠지요.
《태현경》 초하시는 일은 이제 이미 끝내셨을 터이니
이후로는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오.
1 傳道(전도) - 말을 전하다. 招提(초제) - 절. 승려. 이 구절은 두보가 완화계 근처 초당사에 객거하고 있음을 전해들었다는 말이다.
2 討論(토론) - 토론하다. 토구하다. 이 구절은 두보가 절에 묵게 되었으므로 그 절의 승려들과 시서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혹은 두보가 조용한 절에서 시서에 대해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로 볼 수도 있다.
3 入院(입원) - 뜰로 들어온다. 절에 객거하다 보니 향불 내음이 두보가 묵는 곳 뜰까지 들어온다는 말이다.
4 僧飯(승반) - 절밥. 屢過門(누과문) - 자주 문을 지나다. 자주 절밥을 먹게 된다는 말이다.
5 聽法(청법) - 불법을 듣다. 초당사 스님이 설하는 법문을 듣게 된다는 말이다. 難(난) - 질문하다. 스님의 설법을 듣고 질문을 한다는 말이다.
6 尋經(심경) - 경서를 찾다. 賸(승) - 또. 자못. 翻(번) - 펼쳐 보다. 경서의 뜻을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7 草(초) - 초고를 작성하다. 玄(현) - 한 양웅揚雄이 지은 《태현경太玄經》을 가리킨다.
# 두보가 완화계의 절에 우거하였으므로 ‘초제객’이라고 하였다. ‘불향’구, ‘승반’구, ‘청법’구, ‘심경’구 등은 절 안의 경치와 일을 고적이 상상한 것이다. 《태현경》을 초하는 일 외에 다시 무슨 말을 하려느냐는 말은 두보가 이미 현묘한 불법을 터득했을 것이라고 추켜세우면서 향후 더 진보할 것임을 기대한다는 말이다.
# 두보의 시는 고적 시의 연을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그 뜻에 답한 것으로 고적의 시와 구절 구절 상응한다. 빈 방에서 객거한다는 말은 시서를 토론할 상대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웃과 친구가 공급해준다는 말은 절에 머물지만 생계를 절에서 도움받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 말 속에는 지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도 암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직 법문을 듣는 것만 허용될 뿐이니 질문을 할 수 없으며, 아직 책을 실어올 수도 없으니 독서를 제대로 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지막 연에서 《태현경》 같은 책을 쓰는 것은 사양하고 부를 짓는 것으로 자부하였으니 문인으로서의 할 일만 한다는 말이다.
(진중음 제7수)
輕肥 경비
가벼운 가죽옷과 살진 말
意氣驕滿路 의기교만로 鞍馬光照塵 안마광조진
借問何爲者 차문하위다 人稱是內臣 인칭시내신
朱紱皆大夫 주불개대부 紫綬或將軍 자수혹장군
誇赴軍中宴 과부군중연 走馬去如雲 주마거여운
罇罍溢九醞 준뢰일구온 水陸羅八珍 수륙라팔진
果擘洞庭橘 과벽동정귤 膾切天池鱗 회절천지린
食飽心自若 식포심자약 酒酣氣益振 주감기익진
是歲江南旱 시세강남한 衢州人食人 구주인식인)
의기 교만함이 길을 가득 채우고
안장 얹은 말은 빛이 길 먼지를 비추기에,
무엇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어보니
사람들은 이들이 환관이라고 말한다.
붉은 옷을 입었으니 모두들 대부이겠고
붉은 인끈 찼으니 어쩌면 장군이겠구나.
거만하게 군대의 연회에 나아가는데
달리는 말이 구름처럼 많이도 가는구나.
술그릇에는 맛 좋은 구온주가 넘치고
산해의 팔진미를 늘어 놓았다.
과일로는 동정산에서 난 귤을 까고
회로는 천지에서 잡은 생선을 저며 놓았다.
그들은 배불리 먹으면서 마음은 태평하고
술에 취하여 기운을 더욱 떨치는데,
올해 강남에는 가뭄이 들고
구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먹었다고 하네.
원화(元和) 5년(810) 38세에 장안(長安)에서 지은 작품이다. 환관들이 권력을 잡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는 것을 비판하는 동시에 가뭄에 비참한 생활을 꾸려가는 백성들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다. ≪당송시순(唐宋詩醇)≫에 “마지막 연에서 시상이 갑자기 끊어지니, 천 길 벼랑에서 뚝 떨어지는 듯한 기세가 있다(結句斗絶, 有一落千丈之勢)”라고 하였다.
輕肥(경비) : 경구비마(輕裘肥馬)의 줄임말. ≪논어(論語)≫<옹야(雍也)>에 “살진 말을 타고 가벼운 가죽옷을 입었다(乘肥馬, 衣輕裘)”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흔히 화려한 생활을 비유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內臣(내신) : 환관(宦官). 중당 시기에는 환관의 세력이 강대하여 재상과 장군을 대체하였다.
朱紱(주불) : 고대 예복 중 무릎을 덮는 붉은 색 옷. 관복을 의미한다. 당(唐)나라에서 오품(五品) 이상은 옷이 붉었다. 이로 인하여 오품 이상의 관복(官服)을 가리킨다.」
大夫(대부) : 고대 직관(職官) 중 하나. 본래 주(周)나라 때의 경(卿)․대부(大夫)․사(士)의 세 등급 관직에서 유래하였으나, 후대에는 높은 관직을 맡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중당 시기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장수들을 대부라고 불르기도 하였다.
紫綬(자수) : 자줏빛 실로 된 띠. 고대 고급 관리들이 인장을 매거나 장신구로 사용하였다. 여기에서는 환관이 고급 관직에 있음을 상징한다.
誇赴(과부) : 자만감에 거들먹대며 나아가다. 여기에서는 환관의 오만함을 가리킨다.
如雲(여운) : 구름처럼 많다는 뜻.
罇罍(준뢰) : 일반적으로 술그릇을 가리킨다.
九醞(구온) : 명주(名酒)의 하나. 선성(宣城)에서 생산한 술이라고 한다. 정월 초하루에 담아 팔월에 익는 술이라는 설도 있다.
八珍(팔진) : 여덟 가지 산해진미(山海珍味).
洞庭(동정) : 산 이름.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태호(太湖) 안에 있다. 고대로부터 품질 좋은 귤의 생산지로 유명하였다.
天池(천지) : 바다(海).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남명이라는 것은 천지이다(南冥者, 天池也)”라고 하였다.
自若(자약) : 조금도 구속받지 않고 편안한 모습. 태연자약하다.
是歲(시세) 2구 : 원화 3년에서 4년 사이에 있었던 강남 지역의 가뭄을 가리킨다. 당시 회남(淮南), 강남, 강서, 호남, 산남동도(山南東道) 등에 가뭄이 들었다.
衢州(구주) : 지명.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서쪽에 있다. 가뭄이 심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