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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賓至 빈지
    한국한시/한국한시협회 2023. 8. 31. 20:39

    賓至 빈지

    손님이 오다

     

    幽棲地僻經過少 유서지벽경과소

    老病人扶再拜難 노병인부재배난

    豈有文章驚海內 기유문장경해내

    漫勞車馬駐江干 만로거마주강간

    竟日淹留佳客坐 경일엄류가객좌

    百年粗糲腐儒餐 백년조려부유찬

    不嫌野外無供給 불혐야외무공급

    乘興還來看藥欄 승흥환래간약란

     

    숨어 사는 외진 땅 들러는 이 적었고

    늙고 병들어 부축을 받는 몸이라 절 두 번 하기도 어렵지요.

    어찌 천하를 놀랠 문장이 있겠습니까?

    공연히 번거롭게도 강가에 거마를 멈추게 했네요.

    종일토록 훌륭한 손님 머물러 계시는데

    평생의 거친 밥 이 유생의 먹는 것이지오.

    이곳 야외에 드릴 것 없음을 싫어하지 않으시거든

    흥이 날 때 다시 작약 핀 난간을 보러 오시지요.

     

    이 시는 상원 원년 초당이 낙성된 후에 지어진 것이다. 두보의 문명을 듣고 찾아온 손님이 있어 지은 것으로 보인다. 바로 앞에서 본 <유객> 시는 우연히 손님이 온 경우이고, <빈지>는 일이 있어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제목이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1 幽棲(유서) - 은거하다. 숨어살다. 經過少(경과소) - 지나는 사람이 적다. 두보의 초당을 찾는 이가 적다는 말이다.

    2 人扶(인부) - 남이 부축하다. 再拜難(재배난) - 재배하기도 어렵다. 손님이 찾아왔으므로 예를 차려야 하기에 한 말이다.

    3 漫勞(만로) - 괜스레 수고하다. 江干(강간) - 강변. ‘간’은 물가의 뜻이다.

    4 竟日(경일) - 종일. 淹留(엄류) - 오래 머무르다.

    5 百年(백년) - 한 평생을 뜻한다. 粗糲(조려) - 매조미쌀. 왕겨만 벗겨낸 현미. 腐儒(부유) - 썩은 유생. 두보가 자신을 낮추어서 한 말이다.

    6 嫌(혐) - 싫어하다. 불평하다. 野外(야외) - 두보가 살고 있는 초당을 두고 한 말이다. 無供給(무공급) - 공급할 것이 없다. 손님이 왔지만 변변하게 대접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7 乘興(승흥) - 흥을 타다. 기분을 타다. 還來(환래) - 다시 오다. 藥欄(약란) - 작약이 피어있는 난간.

     

    # 위 네 구는 손님이 온 것이고, 아래 네 구는 손님을 머물게 한 것이다. 따라서 기승전결의 구조를 이룬다. 단 다른 각도로 보면 함련과 경련이 같은 성격으로 이어져 있다.(아래 포기룡 설 참고) 한 구는 주인을 말하고 한 구는 빈객을 말하여 짝을 이루며 변화를 주되 위 아래로 조응을 하여 장법의 묘妙를 이루었다.

    감정과 일을 직접적으로 서술하고 경치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이 작품은 칠언율시의 독창적인 체식으로서 당인들의 정해진 격투에 구애되지 않았다.

    외진 곳에 살면서 늙고 병들었는데 뜻밖에 신분이 높은 빈객이 찾아왔다. 빈객이 문장의 사귐을 위해 강을 건너왔으니 그 마음 또한 정성스럽다. 공은 먼저 자신을 낮추는 말을 하고 다시 환대하는 정을 표하였다. 이 시를 읽으면 호방한 중에 정성스러운 기상이 있음을 보게 된다. 고신은 “이 시는 시인의 명성과 고사의 성정이 두루 드러난다”고 주하였고, 황생은 “종일 머무른다는 것은 바로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처럼 되는 바탕이다”라고 주하였다.(此章見相款之情. 上四賓至, 下四留賓. 直敍情事而不及於景, 此七律獨創之體, 不拘唐人成格矣. 僻居老病, 不意人來. 客以文章之契, 跋涉江干, 意亦誠矣. 公先爲謙己之語, 而復盡款洽之情. 讀此詩, 見豪放中有慇懃氣象. 顧注, 此詩, 詞人聲價高士性情, 種種具見. 生注, 竟日淹留, 乃傾蓋如故之根.)

    《독두심해》: 1,2구는 시제에 앞서 나오는(題前) 한 층차이다. 가운데 4구는 시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내용으로서 객을 반기고 객을 접대하는 두 가지 층차로 나뉜다. 7,8구는 시제 뒤(題後)의 한 층차이다. 제1구는 손님과 연관되고, 제2구는 주인과 연관된다. 제3구는 주인이요, 제4구는 손님이다. 제5구는 손님이요, 제6구는 주인이다. 제7구는 주인이요, 제8구는 손님이다. 삼실을 이어 내려가듯 그 결구가 절묘하다.(一二, 前一層. 中四, 正面, 分喜客待客兩層. 七八, 後一層. 而一賓, 二主. 三主, 四賓. 五賓, 六主. 七主, 八賓. 續麻而下, 結體絶奇.)

     

    문제)

    1. 이 시의 평측 배열에 특이한 점은 무엇인가? (실점실대失黏失對, 절요체折腰體)

    2. 이 시의 내용에는 양면성이 있다. 무엇인가? (제2구에 담긴 의미는? 제3구는 겸양인가 자부인가? 제4구는 존경의 뜻인가 아니면 거만한 마음의 표시인가? 제5구와 제6구는?) 이러한 양면성이 독자에게 주는 느낌은 무엇인가? (고사高士의 정중하면서도 고오高傲한 기상)

    3. 이 시의 장법에는 기승전결의 구조도 보이고, 3층 분단의 형태도 보인다. 이런 장법에서 어떤 원리를 알 수 있나?

     

    客至 객지

    손님이 와서

     

    舍南舍北皆春水 사남사북개춘수

    但見羣鷗日日來 단견군구일일래

    花徑不曾緣客掃 화경부증연객소

    蓬門今始爲君開 봉문금시위군개

    盤飧市遠無兼味 반손시원무겸미

    樽酒家貧只舊醅 준주가빈지구배

    肯與鄰翁相對飮 긍여린옹상대음

    隔籬呼取盡餘杯 격리호취진여배

     

    집의 남쪽 집의 북쪽이 모두 봄물이어서

    떼 지은 갈매기들 날마다 오는 것만 보인답니다.

    꽃길은 손님 때문에 쓴 적이 없는데

    쑥대 문은 이제야 그대 위해 열었습니다.

    음식은 저자가 멀어 고루 갖추지 못하였고

    술은 가난한 탓에 그저 묵은 술뿐이지요.

    이웃 늙은이와 마주해 마시고자 하신다면

    울타리 너머로 불러다가 남은 술잔 다 비우시지요.

     

    원주原注에 “최명부가 들러주신 것을 기뻐하다.(喜崔明府相過)”라고 하였다. 두보의 모친이 최씨이니, 명부는 그의 외숙이다. 그가 찾아준 것을 기뻐한 작품으로, 초당의 한가함과 손님을 맞이하는 정다움이 그려져 있다. 명부는 현령의 별칭이다. 초당이 완성된 뒤인 상원 2년의 작품으로 보이나 확실하지는 않다.

     

    1 舍南舍北(사남사북) - 초당의 남쪽과 북쪽.

    2 群鷗(군구) - 바닷가 늙은이가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 우언이 연상된다.

    3 蓬門(봉문) - 쑥대로 만든 문. 가난한 살림을 뜻한다.

    4 盤飧(반손) - 소반에 담긴 음식. 음식을 가리킨다. 兼味(겸미) - 두 가지 이상의 음식.

    5 樽酒(준주): 술통 속의 술. 술을 가리킨다. 舊醅(구배) - 오래된 술. ‘醅’는 거르지 않은 술이다. 예전에는 새로 담근 술을 좋은 술로 여겼다.

    # 위 4구는 손님이 찾아준 것을 즐거워하는’ 기쁨이 있다. 아래 4구는 손님을 머물게 한 것으로 촌가의 진솔한 정이 드러난다. 앞에서는 갈매기를 빌어 단서를 이끌고 뒤에서는 이웃 노인으로 결말을 돌출시키니, 손님과 주인이 함께 기심機心을 잊었음을 보여준다. 첫 연은 ‘흥興’의 수법으로 시상을 일으켰고, 다음 연에서는 유수대로써 파제破題하였다. 셋째 연도 시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마지막 연은 주인과 객이 아닌 제삼자를 끌어들여 시상에 변화를 주면서진솔하고 허물없이 대하는 정을 표현하였다.

     

    문제)

    1 ‘빈지’ 시와 ‘객지’시의 시제와 내용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시제의 차이, 제2련, 제3련이 주는 느낌의 차이, 제4련의 내용상의 차이) 이런 차이로 인해 두 시는 각각 어떤 의경意境을 표현하고 있는가?

    2 두 시의 장법에 보이는 유사성은 무엇인가? (양층구조, 율시의 장법 이해)

     

    [백거이]

    盩厔縣北樓望山 주질현북루망산

    주질현 북쪽 누대에서 산을 바라보다

     

    一爲趨走吏 일위추주리

    塵土不開顔 진토불개안

    辜負平生眼 고부평생안

    今朝始見山 금조시견산

     

    한 번 종종걸음치는 관리가 되자

    진토 속에서 얼굴을 펴지 못하였다.

    평소의 눈을 저버렸더니

    오늘 아침 비로소 산을 보는구나.

     

    원화(元和) 원년(806) 35세에 주질(盩厔)에서 지었다. 당시 주질현위(盩厔縣尉)를 맡고 있었다. 주질현위가 되어 산을 바라본 소감을 서술하였다.

     

    1 盩厔縣(주질현) : 당나라 때는 경조부(京兆府)에 속하였다. 산이 굽은 것을 주(盩)라 하고, 물이 굽은 것을 질(厔)이라고 한다.

    2 趨走(추주) : 종종걸음치다. 바쁘게 일을 하는 것, 혹은 그러한 관리를 가리킨다.

    3 辜負(고부) : 저버리다.

     

    戲題新栽薔薇 희제신재장미

    새로 심은 장미에게 장난삼아 쓰다

     

    移根易地莫憔悴 이근역지막초췌

    野外庭前一種春 야외정전일종춘

    少府無妻春寂寞 소부무처춘적막

    花開將爾當夫人 화개장이당부인

     

    뿌리를 옮기고 땅을 바꾸었다고 시들지 말거라.

    야외나 뜰 앞이나 똑같은 봄이란다.

    이 소부에게는 아내가 없어 봄이 적막하니

    꽃이 피거든 장차 너를 부인으로 삼으리라.

     

    원화(元和) 2년(807) 36세에 주질(盩厔)에서 지었다. 당시 주질현위(盩厔縣尉)를 맡고 있었다. 당시 미혼이었다가 양우경楊虞卿의 사촌여동생과 혼인한다.

     

    1 少府(소부) : 현위(縣尉)의 별칭(別稱)이다.

    2 爾(이): 너

     

     

    遊雲居寺贈穆三十六地主 유운거사증목삼십륙지주

    운거사에서 유람하다가 땅 주인인 목씨네 서른여섯째에게 주다

     

    亂峯深處雲居路 난봉심처운거로

    共踏花行獨惜春 공답화행독석춘

    勝地本來無定主 승지본래부정주

    大都山屬愛山人 대도산속애산인

     

    어지러운 봉우리 깊은 곳의 구름이 머무는 길에서

    함께 꽃을 밟으며 가다가 홀로 봄날을 안타까워한다.

    빼어난 곳은 본래부터 정해진 주인이 없는 법

    대체로 산이란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속한 것이라네.

     

    원화(元和) 2년(807) 36세에 주질(盩厔)에서 지었다. 당시 주질현위(盩厔縣尉)를 맡고 있었다. 운거사를 유람하다가 빼어난 경치를 보고난 뒤,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땅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1 穆三十六(목삼십육) : 미상(未詳)이다.

    雲居寺(운거사):절 이름. 장안성 남쪽 종남산에 있었다. 제1구의 ‘운거로’는 이중적인 표현임.

    2 大都(대도) : 대개, 대체로.

     

     

    [이영주]

    田墅春興 전서춘흥

    妬花風尙冷 투화풍상랭

    日暖谷含煙 일난곡함연

    庭樹禽喧雜 정수금훤잡

    畦渠水細涓 휴거수세연

    桃栽朝買市 도재조매시

    豆種午耰田 종두오요전

    學稼何多慮 학가하다려

    發生將付天 발생장부천

     

    봄날의 농장

    꽃을 질투하여 바람이 아직 차가와도

    햇살이 따뜻하여 골은 이내를 머금었다.

    뜰의 나무에는 새가 시끄럽게 지저귀고

    밭도랑에는 물이 졸졸 흐른다.

     

    아침에 저자에서 복숭아 묘목을 사다 심고

    낮에는 밭에다 콩을 심고 흙을 덮었다.

    농사일 어찌 배우나 걱정할 게 없으니

    피어나고 자라는 일 하늘에 맡겨 두련다.

     

    초보 농사꾼이다 보니 농사짓는 법 배울 생각에 걱정이 태산 같다가도, 하늘에 맡겨두면 절로 잘 자라겠지 하는 믿음에 심사가 태평해진다.

     

     

    村家春日 촌가춘일

    村屋居雖陋 촌옥거수루

    春光滿地堆 춘광만지퇴

    煙籠山樹綠 연롱산수록

    雨濕野花開 우습야화개

    田薺充羹碗 전제충갱완

    隣朋共酒杯 린붕공주배

    閑情何可賦 한정하가부

    醉後已難裁 취후이난재

     

    시골집의 봄날

    시골집살이가 누추하여도

    봄빛은 쌓여서 땅에 한가득.

    이내가 덮어 싸서 산의 나무는 푸르러지고

    비가 적셔주어 들의 꽃도 피었다.

     

    밭의 냉이로 국그릇 채워

    이웃집 벗과 술잔을 함께한다.

    한가로운 이 정취 어찌 읊어낼 수 있으랴?

    취한 뒤라 도무지 마름질할 수 없으니.

     

     

    재물 쌓인 집이 봄빛 쌓인 집 만하랴? 이런 집에서 지내야 한가로울 수 있다. 진정 마음이 한가로운 상태라면 그 한가로움을 읊는 행위조차도 하지 않는다. 더구나 생각을 마름질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하였으니.

    (김성곤 교수 평)

    봄날 시골집에서 봄빛에 취하고 봄 술에 취하여 쓴 시이다. 전반부에서는 시골집의 봄날 경치를 말했고, 후반부에서는 시골집의 봄날 운치를 말했다. 봄날 시골집에서 느끼는 한가로운 정취를 안개와 비, 나무와 들꽃, 냉잇국과 막걸리로 이미 충분히 표현해놓고도 그 정취를 다 써낼 수 없다고, 취해서 마무리할 수가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무래도 대충 시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술자리로 돌아가려는 심산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로써도 다 표현해 낼 수 없는 봄날의 무한한 정취를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겠다.

    ‘냉이 제薺’ 자 외에는 특별히 어려운 글자도 없고 주석을 달아야 하는 전고도 없어 읽기가 수월한데, 시를 따라 가다보면 나도 시인을 따라 봄날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쌓여 있는 마당을 한가롭게 서성이는 듯하다. 멀리 이내를 띠고 있는 초록의 봄산을 유연히 바라보기도 하고 밤새 내린 비에 꽃망울을 터뜨린 들꽃을 탄성 속에 굽어보기도 한다. 냉잇국 향기에 입안에 침이 고이기도 하고 시인과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이웃 벗이 마치 고향 마을 옆집 사람인양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이른바 일상의 한가로움을 묘사한 한적시라고 일컬을 만한 이러한 작품들 속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빼어난 시구들이 운산의 시집에는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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