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원년 여름 성도의 초당에서 지은 작품이다. ‘광부’는 매인 데 없이 행동하여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란 뜻으로 두보 자신을 가리킨다. 시를 짓고 난 후에 말구의 ‘광부’를 써서 제목으로 삼았다.
1 萬里橋(만리교) - 성도 남문 밖의 금강에 놓여있던 다리. 삼국시기 제갈양이 동오東吳로 사신가는 비위費褘를 송별한 장소이다. 비위는 동오로 떠나면서 “만리 길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라고 탄식하였는데, 이 때문에 만리교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2 百花潭(백화담) - 두보 초당 옆에 있었다. 滄浪(창랑) - 본디 한수漢水 하류라는 설 등이 있지만 굴원의 <어부사漁父辭> 이래로 은거지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3 翠篠(취소) - 푸른 대. 娟娟(연연) - 예쁜 모습. 淨(정) - 깨끗하다.
4 雨裛(우읍) - 비에 젖다. 紅蕖(홍거) - 붉은 연꽃. 冉冉(염염) - 점차 많아지는 모습.
5 厚祿故人(후록고인) -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봉록을 많이 받는 사람 가운데 두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6 塡溝壑(전구학) - 구덩이를 채우다. 죽음을 가리킨다. 疏放(소방) - 구속을 받지 않고 방종함을 의미한다. 이 구는 비록 극히 곤궁한 지경에 처하였지만 그래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음을 말한다.
7 自笑(자소) - 스스로 웃다.
# 위 4구는 초당의 경물이 애오라지 자적할 만하다는 점을 말하였다. 곱고 빼어난 경물들이 눈을 즐겁게 하니 그 밖의 것은 바랄 게 없다는 것이다. 아래 4구에서는 객지에서의 살림살이가 곤궁하지만 소방할 수 있음을 말하였다. 이 중 제5, 6구에서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고는 제7, 8구에서 다시 자신의 태도에 대해 웃는다는 말로 마무리함으로써 시상을 반전하였다. 이 시의 중심어는 ‘소방’이고 그것이 당시 두보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에 ‘광부’인 것이다. 어려운 현실을 자위하며 살아가기 위해 광부의 삶을 살고자 하는 시인에 대해 독자는 이런저런 감상에 젖게 될 것이다.
田舍 전사
시골집
田舍淸江曲 전사청강곡
柴門古道旁 시문고도방
草深迷市井 초심미시정
地僻懶衣裳 지벽란의상
楊柳枝枝弱 양류지지약
枇杷對對香 비파대대향
鸕鶿西日照 로자서일조
曬翅滿漁梁 쇄시만어량
시골집은 맑은 강 굽어진 곳에 있고
사립문은 옛길 옆으로 나 있는데,
풀 무성하여 저자 가는 길 헷갈리고
외진 곳에 사니 옷 입는 것도 게으르다.
버드나무 가지마다 가늘고
비파는 쌍쌍이 향기로운데,
지는 해 비칠 녘 가마우지가
어량 가득 날개를 말리고 있구나.
이 시는 두보가 초당 주변의 경관을 묘사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한 심사를 담아내고 있다. 상원 원년의 작품이다.
1 田舍(전사) - 시골집. 농가. 曲(곡) - 굽은 곳.
2 柴門(시문) - 사립문. 古道(고도) - 옛길.
3 草深(초심) - 풀이 무성하다. 市井(시정) - 저자. 시가지.
4 地僻(지벽) - 땅이 궁벽지다. 즉 외진 곳에 사는 것이다. 懶衣裳(란의상, 나의상) - 옷 입기에 게으르다. 사람들의 방문이 뜸하기에 의관을 갖추어 입을 일이 적다는 것이다.
5 楊柳(양류) - 버드나무.
6 枇杷(비파) - 비파나무. 對對(대대) - 쌍쌍이. 짝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이다.
7 鸕鶿(로자) - 가마우지. 촉 지방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다.
8 曬翅(쇄시) - 날개를 말리다. 漁梁(어량) - 물살을 막고 통발이나 살을 놓아 고기를 잡는 곳. 이 구는 가마우지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사천지방의 독특한 풍경으로 보인다. 가마우지는 물새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 어량 사이에서 날개를 말리고 있으니 사람으로 인해 놀래는 일이 없는 것이다.
# 위의 4구는 후미진 마을에 사는 것을 서술하였고, 아래에서는 경물의 그윽하고 한갓짐을 말하였다. 앞에서 뜻을 서술하고 뒤에서 경물을 묘사하니, 도치된 격조가 나름의 운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