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夫 광부/두보(이영주교수강의자료230908)
狂夫 광부
미친 사내
萬里橋西一草堂 만리교서일초당
百花潭水卽滄浪 백화담수즉창랑
風含翠篠娟娟淨 풍함취소연연정
雨裛紅蕖冉冉香 우읍홍거염염향
厚祿故人書斷絶 후록고인서단절
恒飢稚子色淒涼 항기치자색처량
欲塡溝壑惟疏放 욕전구학유소방
自笑狂夫老更狂 자소광부로갱광
만리교 서편에 있는 초당 하나
백화담 물이 곧 창랑수이다.
바람 머금은 푸른 대는 고운 빛이 깨끗하고
비에 젖은 붉은 연꽃은 점점 향기로워져간다.
봉록 많이 받는 친구는 서신이 끊어져
늘 굶주리는 어린 자식은 낯빛이 처량하다.
죽어 구덩이를 메울 때가 되어서 그저 제 마음대로 살고 있으니
미친 이가 늙어가면서 더 미쳤구나 하고 내 스스로 웃는다.
상원 원년 여름 성도의 초당에서 지은 작품이다. ‘광부’는 매인 데 없이 행동하여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란 뜻으로 두보 자신을 가리킨다. 시를 짓고 난 후에 말구의 ‘광부’를 써서 제목으로 삼았다.
1 萬里橋(만리교) - 성도 남문 밖의 금강에 놓여있던 다리. 삼국시기 제갈양이 동오東吳로 사신가는 비위費褘를 송별한 장소이다. 비위는 동오로 떠나면서 “만리 길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라고 탄식하였는데, 이 때문에 만리교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2 百花潭(백화담) - 두보 초당 옆에 있었다. 滄浪(창랑) - 본디 한수漢水 하류라는 설 등이 있지만 굴원의 <어부사漁父辭> 이래로 은거지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3 翠篠(취소) - 푸른 대. 娟娟(연연) - 예쁜 모습. 淨(정) - 깨끗하다.
4 雨裛(우읍) - 비에 젖다. 紅蕖(홍거) - 붉은 연꽃. 冉冉(염염) - 점차 많아지는 모습.
5 厚祿故人(후록고인) -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봉록을 많이 받는 사람 가운데 두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6 塡溝壑(전구학) - 구덩이를 채우다. 죽음을 가리킨다. 疏放(소방) - 구속을 받지 않고 방종함을 의미한다. 이 구는 비록 극히 곤궁한 지경에 처하였지만 그래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음을 말한다.
7 自笑(자소) - 스스로 웃다.
# 위 4구는 초당의 경물이 애오라지 자적할 만하다는 점을 말하였다. 곱고 빼어난 경물들이 눈을 즐겁게 하니 그 밖의 것은 바랄 게 없다는 것이다. 아래 4구에서는 객지에서의 살림살이가 곤궁하지만 소방할 수 있음을 말하였다. 이 중 제5, 6구에서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고는 제7, 8구에서 다시 자신의 태도에 대해 웃는다는 말로 마무리함으로써 시상을 반전하였다. 이 시의 중심어는 ‘소방’이고 그것이 당시 두보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에 ‘광부’인 것이다. 어려운 현실을 자위하며 살아가기 위해 광부의 삶을 살고자 하는 시인에 대해 독자는 이런저런 감상에 젖게 될 것이다.
田舍 전사
시골집
田舍淸江曲 전사청강곡
柴門古道旁 시문고도방
草深迷市井 초심미시정
地僻懶衣裳 지벽란의상
楊柳枝枝弱 양류지지약
枇杷對對香 비파대대향
鸕鶿西日照 로자서일조
曬翅滿漁梁 쇄시만어량
시골집은 맑은 강 굽어진 곳에 있고
사립문은 옛길 옆으로 나 있는데,
풀 무성하여 저자 가는 길 헷갈리고
외진 곳에 사니 옷 입는 것도 게으르다.
버드나무 가지마다 가늘고
비파는 쌍쌍이 향기로운데,
지는 해 비칠 녘 가마우지가
어량 가득 날개를 말리고 있구나.
이 시는 두보가 초당 주변의 경관을 묘사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한 심사를 담아내고 있다. 상원 원년의 작품이다.
1 田舍(전사) - 시골집. 농가. 曲(곡) - 굽은 곳.
2 柴門(시문) - 사립문. 古道(고도) - 옛길.
3 草深(초심) - 풀이 무성하다. 市井(시정) - 저자. 시가지.
4 地僻(지벽) - 땅이 궁벽지다. 즉 외진 곳에 사는 것이다. 懶衣裳(란의상, 나의상) - 옷 입기에 게으르다. 사람들의 방문이 뜸하기에 의관을 갖추어 입을 일이 적다는 것이다.
5 楊柳(양류) - 버드나무.
6 枇杷(비파) - 비파나무. 對對(대대) - 쌍쌍이. 짝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이다.
7 鸕鶿(로자) - 가마우지. 촉 지방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다.
8 曬翅(쇄시) - 날개를 말리다. 漁梁(어량) - 물살을 막고 통발이나 살을 놓아 고기를 잡는 곳. 이 구는 가마우지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사천지방의 독특한 풍경으로 보인다. 가마우지는 물새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 어량 사이에서 날개를 말리고 있으니 사람으로 인해 놀래는 일이 없는 것이다.
# 위의 4구는 후미진 마을에 사는 것을 서술하였고, 아래에서는 경물의 그윽하고 한갓짐을 말하였다. 앞에서 뜻을 서술하고 뒤에서 경물을 묘사하니, 도치된 격조가 나름의 운치를 보여준다.
(주희朱熹)
觀西有感二首 관서유감이수
책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제1수
半畝方塘一鑑開 반무방당일감개
天光雲影共徘徊 천광운영공배회
問渠那得淸如許 문거나득청여허
爲有源頭活水來 위유원두활수래
반 무의 네모난 못이 거울 하나 펼치니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함께 떠다닌다.
그에게 어찌하면 이렇게 맑냐고 물었더니
근원에서 살아있는 물이 나오기 때문이라 하네
畝(무): 넓이 단위. 사방 6자의 면적이 1步이고 240보가 1무임.
鑑(감): 거울
渠(거): 그. 그것. 지시대명사. 여기서는 못을 지시한다.
那得(나득): 어찌 ....할 수 있느냐
如許(여허): 그러하다.
爲(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