望嶽 망악
태산을 바라보다
岱宗夫如何 대종부여하
齊魯靑未了 제로청미료
造化鍾神秀 조화종신수
陰陽割昏曉 음양할혼효
盪胸生曾雲 탕흉생층운
決眥入歸鳥 결자입귀조
會當凌絶頂 회당릉절정
一覽衆山小 일람중산소
태산, 저 산은 어떤 모습인가?
제와 노에 걸쳐 푸른 모습 끝이 없구나.
조물주는 신령스럽고 빼어난 기운을 모아 놓았고
산의 앞쪽과 뒤쪽은 밤과 새벽을 갈랐다.
층층의 구름이 생겨나니 마음이 후련해지고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돌아가는 새가 산으로 들어간다.
언젠가 반드시 산꼭대기에 올라
뭇 산들이 작은 것을 한 번 내려다보리라.
*岱宗(대종) - 대산岱山, 즉 태산. 오악五嶽 중의 으뜸이므로 존칭하여 부른 말. 《서경·순전舜典》에 이 말이 보인다.
未了(미료) -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는 뜻.
造化(조화) - 조물주, 또는 천지天地를 가리킴.
鍾神秀(종신수) - 신령스럽고 빼어난 기운을 모으다. ‘종’은 한데 모은다는 뜻.
陰陽(음양) - ‘음’은 햇빛이 다다르지 않는 산의 뒤쪽을, ‘양’은 햇빛이 먼저 비치는 산의 앞쪽을 뜻한다.
割昏曉(할혼효) - 밤과 새벽을 가르다. 태산이 높아서 산의 앞쪽은 햇빛이 비치어 새벽이 되었는데, 산의 뒤쪽은 아직도 어두운 밤의 상태라는 의미이다.
盪胸(탕흉) - 가슴을 후련히 씻다. 가슴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뜻이다. ‘탕’을 ‘격탕激盪시키다’로 풀이하기도 한다.
曾雲(층운) - 층운層雲. ‘曾’은 ‘層’과 통한다.
決眥(결제·결자) - 눈가가 찢어질 듯이 눈을 크게 뜨는 것을 뜻한다. 원래는 분노하여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다.(張目決眥)
入歸鳥(입귀조) -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새가 산으로 들어가다. ‘입’을 ‘시야에 들어오다’의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會當(회당) - 반드시.
凌(릉) - 여기서는 오른다는 뜻이다.
手機(handphone) 수기
今世佩物中 금세패물중
此物最通靈 차물최령통
日用多有便 일용다유편
盛譽誰與爭 성예수여쟁
隨處可傳信 수처가전신
走車傳言明 주차전언명
拇指數次動 모지수차동
短札須臾成 단찰수유성
物無八方美 물무팔방미
利害相待生 리해상대생
猜心伺夫所 시심사부소
能識酒姬驚 능식주희경
狡計圖掩避 교계도엄피
虎虓文字盈 호효문자영
핸드폰
요즘 세상 패물 중엔
이 놈이 제일 신통방통하다
일용에 편한 점이 많으니
자자한 칭송을 놓고 누가 그와 다투겠는가
아무 데서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고
달리는 차 안에서도 전하는 말이 분명하며
엄지를 몇 번 움직이기만 하면
짧은 편지도 잠깐 새에 쓰여진다
팔방미인은 없는 법
어떤 물건도 이해가 상충한다
시기 질투로 남편 있는 곳을 사찰하다가
술집 아가씨 놀라는 소리를 알아챌 수 있는데
교활한 꾀로 엄폐를 도모하면
호랑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문자에 가득하다
(강민호 교수 감상)
한시를 짓다 보면 전통적인 소재를 주로 읊게 된다. 하지만 현대의 한시는 현대의 사물도 읊어야 새로움이 있을 것이다. <手機(handphone)>는 현대적인 소재를 다룬 재미있는 시이다.
이 시는 핸드폰을 쓰는 현대인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핸드폰이 꼭 편리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며, 원치 않는데 그 위치와 상황이 탄로나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단락이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요즘 중국에는 제목만 주면 한시를 척척 지어주는 인터넷 싸이트가 이미 생겼고, 앞으로 인공지능 즉, AI가 한시도 더욱 잘 지을 것 같다. AI는 기존의 모든 한시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에 정말로 집구시集句詩의 능수이다. 이런 AI가 도리어 짓지 못하는 시가 위와 같은 현대적 소재의 한시이다. 왜냐하면 짜깁기할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영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