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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성체용(四聲遞用)
    한국한시/한국한시협회 2023. 6. 2. 23:26

    사성체용(四聲遞用)

     

    사성체용四聲遞用이란 칠언율시의 각 연의 출구 끝 자에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을 중복되지 않게 번갈아 쓰는 것이다. 근체시를 창작함에 있어 엄밀한 평측과 정교한 대구에 대한 일반적인 요구를 넘어서는 이 수준 높은 기교는 두보에 의해 창안된 것인데, 운산 시는 이런 방식을 즐겨 쓴다.

    두보의 시는 사성체용을 칠언율시에만 적용하였는데 운산 시는 오언율시와 고체시에도 자유롭게 적용하고 있다.

    다음은 오언율시 <봄비春雨>의 사성체용의 한 예이다.

    未看花發生(평) 미간화발생 꽃이 핀 것 아직 보지 못해도

    霢沐已春情 맥목이춘정 가랑비는 이미 봄기운.

    階下燕泥濕(입) 계하연니습 섬돌 아래에서 제비가 집 지을 진흙을 젖게 하고

    枝間蛛網晶 지간주망영 가지 사이에서 거미가 엮은 그물을 반짝이게한다.

    烟林吹有影(상) 연림취유영 자욱한 숲에 흩날릴 때는 그 모습이 있더니

    暗徑細無聲 암경세무성 어두운 길에 가늘게 내리니 소리가 없는 듯.

    老去惜時去(거) 로거석시거 늙어갈수록 아쉬운 것은 가는 시절이어서

    沾心終日行 첨심종일행 마음을 적시며 온종일 걷는다.

     

    첫 구의 ‘生’, 제3구의 ‘濕’, 제5구의 ‘影’, 제7구의 ‘去’가 평성, 입성, 상성, 거성으로 사성을 번갈아 쓰고 있다. 두시를 배워서 두시보다도 더 격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인 셈이다. 장편의 고체시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쓰고 있는데 운율을 넘어 장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다음은 이미 출간한 《기축경인집己丑庚寅集》에 수록된 시 <박건 접장에게 드리다贈朴建接長>이다.

     

    吾子弓矢有精魄(입) 그대의 활과 화살에는 혼백이 들어 있어

    오자궁시유정백

    盡日射候不出的(입) 종일 활을 쏨에 과녁을 벗어나지 않더라.

    진일석후불출적 * 《시경·제풍·의차猗嗟》: 終日射侯, 不出正兮

    曾聞連中六十杆 일찍이 육십 살 연이어 맞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증문련중륙십간

    始信人手可連百(입) 내 비로소 사람 손으로 백발백중도가능함을 믿었어라.

    시신인수가련백

     

    解牛數年手應心(평) 소 가르기 여러 해에야 손이 마음과호응했고

    해우수년수응심 * 포정해우庖丁解牛 19년 文惠君(양헤왕)이 양생의 도를 얻음

    弄丸亦要工夫深(평) 구슬 놀이 하는 데에도 깊은 공력이 필요한 법

    농환역요공부심 *시남의료市南宜僚,《장자》에 보임, 웅씨. 白公勝. 9개 중 8개

    日日習弓無晨昏 새벽 황혼 할 것 없이 날마다 습사하니

    일일습궁무신혼

    已成廦嗜自難禁(평) 이미 성벽性癖이 되어 그만 둘 수 없어라.

    이성벽기자난금

     

     

    玩物何以如此醉(거) 물건 가지고 노는 일에 어찌 그리 심취하시나

    완물하이여차취

    欲借鏃尖修心地(거) 살촉 끝을 빌어 마음 바탕 닦고자 함이니

    욕차촉첨수심지

    應與衲子坐蒲團 스님이 부들방석에 앉아

    응여납자좌포단

    專意話頭相不異(거) 화두에 오롯이 마음을 둠과 다를 것이 없어라.

    전의화두상불이

     

     

    發矢流彗貫振霆(평) 발시한 살이 살별처럼 흐르고 관중한 살이 우렛소리 떨쳐도

    발시류혜관진정

    血氣猶定神色平(평) 혈기는 여전히 안정되고 신색은 평온하며

    혈기유정신색평

    不見花而不聞鳥 피는 꽃 보이지 않고 우는 새 들리지 않아도

    불견화이불문조

    却覺心眼獨惺惺(평) 마음 눈 홀로 성성하게 깨어 있음을 느끼시지.

    각각심안독성성

     

     

    前手推山後曳虎(상) 앞 손은 태산을 밀고 뒤 손은 호랑이 꼬리를 당기니

    전수퇴산후예호

    忽疑后羿引鉅黍(상) 문득 후예가 거서를 당기고 있나 의심된다.

    홀의후예인거서

    雄氣躍如掃萬人 씩씩한 그 기운 튀어나가 만인을 쓸어 버릴 듯하나니

    웅기양여소만인

    試問膂力用何許(상) 그 힘을 어디에 쓰실지 한번 물어 볼까나.

    시문려력용하허

     

    所爭唯射禮德優(평) 다투는 바 오직 활쏘기라 예와 덕이 넉넉하시니

    소쟁유사례덕우 * 팔일八佾: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君子

    寧欲夸技射臺儔(평) 어찌 사대射臺의 짝에게 솜씨 자랑하리오.

    녕욕과기사대주

    平生仇視蠹民者 사람 해치는 좀벌레를 평소에 원수 같이 보셨으니

    평생구시두민자

    庶以弧破豺狼憂(평) 바라건대 활로써 이리 무리의 우환을 깨부수시라.

    서이호파시랑우 *‘호’와 ‘랑’은 모두 별자리 이름

     

    이 시는 활터의 접장에게 증여한 시로 그의 높은 수준의 활쏘기 능력과 덕망을 예찬한 것이다. 이 시는 전체 24구를 매 4구마다 뜻을 바꾸면서 환운換韻하고 있다. 매 4구를 단락으로 하면서 각 단락의 첫 구, 둘째 구, 넷째 구에 압운하고 있는데, 운을 바꿀 때 평성운과 측성운을 번갈아 사용하였고, 측성운은 다시 상성, 거성, 입성을 각 한 번씩 사용하여 사성체용의 묘를 다하고 있다. 따라서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고체시이면서도 근체시 이상으로 정제된 느낌을 주는데, 이 시가 정제된 동작과 숙연한 자세를 중시하는 활쏘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작자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운산 시가 압운을 장법에까지 확대 적용하여 시의 주제를 심화시키는 출군의 창작 능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운산 이영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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