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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促織 촉직/螢火 형화
    한국한시/한국한시협회 2023. 4. 28. 22:18

    促織 촉직

    귀뚜라미

     

    促織甚微細 촉직심세미 哀音何動人 애음하동인

    草根吟不穩 초금음불온 床下意相親 상하의상친

    久客得無淚 구객득무루 故妻難及晨 고처난급신

    悲絲與急管 비사여급관 感激異天眞 감격이천진

     

    귀뚜라미는 아주 작지만

    구슬픈 울음소리 그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풀뿌리에서 울 때는 편치 않더니

    침대 아래에서는 마음이 서로 가까워진다.

    오랜 나그네 눈물이 없을 수 있을쏜가?

    버림받은 옛 아내는 새벽까지 버티기가 어려울 터.

    슬픈 현악기와 빠른 리듬의 관악기 소리도

    감격하는 것이 천연의 소리만 못하다네.

     

    이 시는 두보가 건원 2년 진주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1 促織(촉직) - 귀뚜라미. 일명 실솔蟋蟀. 공蛬(음공吟蛬, 추공秋蛬) 斯螽(여치)나 莎雞(베짱이)와는 다름. 微細(미세) - 형체가 작고 가는 것. 미물.

    2 床下(상하) - 《시경》에 “시월에 귀뚜라미가 내 침대 아래로 들어오네.(十月蟋蟀, 入我牀下)”라는 구절이 있다.

    3 故妻(고처) - 옛 아내. 즉 버림받은 아낙네나 과부를 가리킨다. ‘구객’과 ‘고처’는 모두가 객지생활의 고통을 쉽게 느끼는 이들이다.

    # 《진서晉書》에 “현악기는 관악기만 못하고, 관악기는 육성만 못하니, 점점 자연스러움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의 결말에 가서 다른 사물을 빌어 표현 대상을 높이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존제격尊題格’이라 한다.

    # ‘애음’이 전체 시의 주가 되는데, ‘불온’이라 하고 ‘상친’이라 하여 다시 멀리 떨어진 것을 참지 못하고 항상 함께 하기를 기대하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듣고 슬픔을 느끼는 것은 객지생활을 하거나 버림받은 사람에게 있어서 더욱 심하다. 같은 부류로서 감동을 받기에 그 감동의 깊이가 현악기나 관악기와 견줄 수 없다.

     

    문제1) 수련과 경련에서 보이는 요구 현상은?

    문제2) 제7구에 보이는 격률로 알 수 있는 사항은?

     

    螢火 형화

    반딧불이

     

    幸因腐草出 행인부초출 敢近太陽飛 감근태향비

    未足臨書卷 미족림서권 時能點客衣 시능점객의

    隨風隔幔小 수풍격만소 帶雨傍林微 대우방림미

    十月淸霜重 시월청상중 飄零何處歸 표령하처귀

     

    요행히 썩은 풀에서 난 것이

    감히 태양 가까이에 날 수 있으랴?

    책을 가까이하기에는 부족하고

    수시로 나그네 옷을 얼룩지게 할 뿐이다.

    바람을 따라 휘장 너머에 자그마하고

    비에 젖어 숲 곁에 희미하구나.

    시월 되어 맑은 서리 무거울 적에

    바람에 날려 떨어져 어디로 가려나?

     

    이 시는 건원 2년 가을 진주에 있을 시기에 지은 것이다. 반딧불이로써 당시 정치를 농단하던 환관의 무리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반딧불이는 일명 소촉宵燭, 습요熠燿라고 한다.

     

    1 幸(행) - 요행히. 운이 좋아. 腐草(부초) - 썩은 풀. 이 구절은 풀이 썩어서 반딧불이가 된다는 속설에 근거한 것이다. 《예기·월령》에 썩은 풀이 변해서 반딧불이가 된다고 한다.(腐草化爲螢.)

    2 近太陽(근태양) - 태양을 가까이하다. 반딧불이는 밤에 날아다니기에 태양에 가까이 하는 법이 없다.

    3 臨書卷(임서권) - 서책에 임하다. 이 구절은 반딧불이의 밝기로는 책을 보기에 부족하다는 말이다. 차윤車胤이 반디를 주머니에 넣어 책을 읽었다는 일을 반용反用한 것이다.

    4 點客衣(점객의) - 나그네의 옷에 점을 찍다. 나그네 옷을 얼룩지게 한다.

    5 隔幔小(격만소) - 반디가 휘장 너머로 날아가는 작은 모습이 보인다는 말이다.

    6 傍林微(방림미) - 숲 곁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다는 말이다. 휘장 너머에 있고 숲 곁에 있다는 말은 그것이 모습을 숨기고 흔적을 감추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7 飄零(표령) - 영락하다. 바람에 불려 떨어지다.

    # <형화>는 환관을 풍자한 것이다. 당시 이보국 등의 환관이 권력을 농단하였다. 제1구는 그 출신의 미천함을 말하였고, 제2구는 성품이 음험하여 광명光明과 어울리지 않음을 말하였다. 3,4구는 가까이에서 본 것으로 그것이 어둠이 많고 밝음이 적음을 보인 것이요, 5,6구는 멀리서 본 것으로 그것이 모습을 감추고 자취를 숨긴 것을 보인 것이다. 마지막에서는 때가 지나 밝은 정치를 하게 되면 이 무리가 곧 몸을 둘 곳이 없음을 말하였다.

     

    문제1) 이 시에 환관을 비판한 뜻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는 무엇인가? 수련의 부초와 태양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아라.

    문제2) 제8구의 ‘령’의 평측은?

    《어정시운》 평성: 落也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餘也 나머지, 우수리

    거성: 落也 시들어 떨어지다 영락하다

    《시인옥첩》 평성: 가랑비, 비가 오다, 나머지

    측성: 부서지다. 떨어지다

    《집운》을 준용한 《대한화사전》: 평성: 落也. 내리는 비, 비 내리다. 영락하다. 우수리 등등

    거성: 落也

    《광운》을 준용한 《한어대사전》 : 평성 거성 통용

     

    # 험운險韻, ‘진운趁韻’

     

    선생은 자하시사紫霞詩社라는 시 창작모임을 만들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규합하고 한시 창작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필자 또한 비록 오랜 기간은 아니었으나 이 모임에 함께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시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매번 돌아가며 한 사람이 시제와 운자를 정하면 그것에 맞춰 시를 지어와 서로 돌려보며 품평하는 방식이었다. 필자가 이를 정할 차례가 되었을 때 마침 2008년 무자년 새해 첫 모임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필자는 시제를 <신춘유감新春有感>이라 하고 운자를 ‘宵’, ‘嬌’, ‘搖’, ‘僥’, ‘料’로 제시하였다. 사실 다른 운자야 그렇다 치더라도 ‘난쟁이’를 뜻하는 ‘僥’자는 딱히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운자였으며, 봄을 주제로 한 시제와도 전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필자도 이런 운자로 어떻게 시를 쓸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내심 운산 선생을 곤경에 빠뜨려 볼 요량으로 그랬던 듯하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것이었을까?

    정작 시제와 운자를 낸 필자 자신조차도 도무지 시를 완성할 수 없어 마침내 슬쩍 시제를 바꾸어 겨우 운자만 맞추어 다른 시를 제출했다.

     

     

    寄初編拙著呈韻山師父 기초편졸저정운산사부

    첫 졸저를 부쳐 드리며 운산 사부께 보이다

    開眼過行兩月宵 뜬눈으로 두 달 밤을 보내느라

    개안과행량월소

    不知月滿雪花嬌 달 차고 눈꽃 어여쁨을 알지 못했네.

    부지월만설화교

    必留名著心初堅 반드시 좋은 책 남기리라 마음은 애초 굳건하였지만

    필류명저심초견

    苦作羞篇手尙搖 힘들여 부끄러운 책 만드니 손이 오히려 떨리기만 하네.

    고작수편수상요

    細雨迎晨梅夢盛 가랑비 속에 새벽 맞으며 매화의 꿈은 커져만 가는데

    세우영신몽매성

    狼机經夜我思僥 어지러운 책상에서 밤을 지새며 나의 생각은 작아져만 가네.

    랑궤경야아사요

    曾收寄贈常僖羨 일찍이 주시는 책 받을 때마다 기뻐하고 부러워만 했으니

    중수기증상희선

    刻痛凝晶豈度料 뼈를 깎는 고통의 결정이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었으리!

    각통응정기탁료

     

    이 시는 그해 필자의 첫 저서가 출간되어 이를 선생께 증정하며 드린 시로, 좋은 책을 쓰고자 한 포부는 컸지만 부끄러운 결과물에 오히려 의기소침해진 필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선생의 여러 저서가 뼈를 깎는 노고의 결과임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음을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 정해진 시제에서 벗어났으니, 낙제점을 면하기는 어려운 시였다.

    선생은 다음과 같은 시를 써 오셨다.

     

     

    新春有感 신춘유감

     

    孤寡誰憐月滿宵 외롭고 힘든 이들 어느 누가 달빛 가득한 밤을 어여뻐 하리?

    고과수련월만소

    飢寒身苦忘春嬌 추위와 배고픔에 몸이 고달파 봄날의 아름다움을 잊고 사는 처지이니.

    기한신교망춘교

    生成天理雖恒久 생성하는 하늘의 이치는 비록 항구하지만

    생성천리수항구

    冷暖人心易動搖 염량세태 사람의 마음은 동요하기가 쉽다네.

    랭난인심이동요

    筯戱冰條恃顓頊 젓가락처럼 가지고 놀던 고드름이 전욱을 믿고 설쳤지만

    저희빙조시전욱

    線添日影脫僬僥 바느질 실 더하게 하는 햇빛이 난쟁이 키를 벗어나니,

    선첨일영탈초요

    萬民將得陽和眷 만백성들이 장차 따뜻한 기운의 돌봄을 받게 되려나?

    만민장득양화권

    憂患此時姑逆料 우환 많은 이때에 잠시 이에 대해 미리 헤아려 보네.

    우환차시고역료

     

    시에서는 봄의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가 없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는 현실을 거론하며 시상을 일으킨 뒤, 생활 여건에 따라 ‘변變하는’ 인간의 마음을 ‘불변不變하는’ 하늘의 이치와 대비시켜 언급하였다. 이어서 겨울의 신인 전욱을 믿고 설치던 찬 기운은 물러나고 하루하루 조금씩 날이 길어지는 봄이 오고 있음을 말하여 다시 불변하는 하늘의 이치를 계절과 연관하여 말하였다. 마지막에서는 백성에 대한 걱정을 나타내며 다시 수련과 연결시킴으로써 수미일관首尾一貫한 구성을 이루었다.

    제7구에 사용된 ‘양화陽和’는 표면적으로는 ‘봄의 따뜻한 기운’을 뜻하지만 동시에 ‘현실사회에서의 돌봄’을 비유하는 말이다. 경련을 보면, 고드름과 해그림자를 표현하면서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에서 궁비宮妃가 고드름 두 개를 가져다 얼음 젓가락으로 삼아 놀았다는 전고와, 해가 한 치씩 길어질수록 궁녀들의 길쌈 양이 한 줄씩 늘어났다는 전고를 활용하고, 이를 다시 겨울 신 전욱과 난쟁이와 연결시켰다. 시어 구사에 보이는 박학한 지식과 절묘한 표현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평측의 배열을 보면 이 시는 측기식仄起式이기 때문에 제5구의 제6자는 측성이어야 한다. 그러나 ‘顓’은 평성자이여서 ‘拗’ 즉 규율을 벗어난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원래 평성자를 써야 하는 제5자에 측성인 ‘恃’를 써서 ‘요구拗救’를 하여 이 구가 격률에 맞게 하였으니 평측 운용도 능수능란하다.

    어려운 운자임에도 이처럼 뛰어난 시를 써내는 선생의 공력에 감동을 느끼고 있는데, 선생은 다시 시를 하나 내놓았다. 선생 말씀으로는 숙제인 탓에 애써 짓느라고 고생을 했기에 약이 올라 한 수 더 썼다는 것이다.

     

     

    碧松呼僥韻以命新春作詩友皆費力喫苦余亦强作故復用其韻而戱之

    벽송호요운이명신춘작시우개비력끽고여역강작고부용기운이희지

     

    벽송이 ‘요僥’ 운을 불러 신춘시를 쓰라 명하니 글벗들이 모 두 힘을 쓰고 고생하였으며 나 또한 억지로 지었다. 그래서 다시 그 운을 써서 그를 놀린다

     

    美婦畵妝殊晝宵 아름다운 여인의 화장은 낮과 밤이 다르니

    미부화장수주소

    容儀宜處始爲嬌 용모와 자태는 때와 장소에 맞아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법이라네.

    용의의처시위교

    梁妻進案手高擧 양홍의 아내는 밥상을 올릴 때 손을 높이들었고

    량처진안수고거

    卓女當壚腰巧搖 탁왕손의 딸은 주막을 맡자 허리를 교태롭게 흔들었지.

    탁녀당로요교요

    道說或須稱魍魎 도에 대한 논설論說에는 혹 그림자를 말해야 할 경우도 있겠으나

    도설혹수칭망량

    情詩何可入僬僥 정을 읊는 시에 어찌 난쟁이를 넣을 수 있단 말인가?

    정시하가입초요

    命題呼韻汝權大 제목을 주고 운자를 부르는 너의 권세가 크기는 하다만

    명제호운여권대

    柱合屋形應忖料 기둥이 집의 형태에 어울리는지는 헤아려보고 해야겠지.

    주합옥형응촌료

    앞 시의 운자 5자를 그대로 다시 사용하여 지은 시이다. 여인의 화장이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듯 모든 일은 때와 장소에 적합해야 함을 말하며, 신춘시에 난쟁이를 뜻하는 운자를 부르는 것이 합당하냐 힐문하신 것이다. 지아비를 공경하여 ‘거안제미擧案齊眉’, 즉 밥상을 눈썹 위까지 들어 올려 바쳤다는 양홍梁鴻의 처 맹광孟光, 부호富豪인 탁왕손卓王孫을 아버지로 두고서도 연인인 사마상여司馬相如를 따라 술집을 경영한 탁문군卓文君을 재미있게 대비시키고, ≪장자莊子≫의 비유에 등장하는 ‘망량’을 끌어들인 선생의 기지와 유머에 모두가 한바탕 크게 웃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작품들은 ≪정해무자집丁亥戊子集≫에 수록되어 있다.

    이영주교수강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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