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齒 이가 빠지다
한유(768-824) 36세(?) 작
去年落一牙 작년에 어금니가 하나 빠졌고
今年落一齒 올해 앞니가 하나 빠지더니,
俄然落六七1) 순식간에 예닐곱 개가 또 빠지니
落勢殊未已 빠지는 기세가 전혀 멈출 것 같지 않네.
餘存皆動搖 남아 있는 것도 모두 흔들리니
盡落應始止 모두 빠져야 응당 그치겠지.
* 1) 俄然(아연) : 갑자기. 짧은 시간에.
憶初落一時 처음 하나 빠질 때를 회상해보니
但念豁可恥2) 다만 휑해진 것이 부끄럽다고만 생각했고,
及至落二三 두세 개가 빠질 때는
始憂衰卽死 늙어서 죽게 될 것을 근심하기 시작했으니,
每一將落時 매번 하나씩 빠지려고 할 때마다
懍懍恒在己3) 두려운 마음이 항상 나에게 있었지.
叉牙妨食物4) 들쑥날쑥해서 음식 먹기에 방해가 되고
顚倒怯漱水5) 기울어져 있어서 물로 입을 헹구기가 겁났는데,
終焉捨我落 끝내 나를 버리고 빠질 때는
意與崩山比 산이 무너지는 듯하였지.
* 2) 豁(활) : 휑하다. 이가 빠진 상태를 말한다. 3) 懍懍(늠름) : 근심하며 두려워하는 모습.
4) 叉牙(차아) : 들쑥날쑥한 모습. 이가 빠져 듬성듬성한 것을 말한다. 5) 顚倒(전도) : 기울다. 이가 흔들려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를 말한다. 怯(겁) : 겁나다. 漱水(수수) : 물로 입을 헹구다.
今來落旣熟6) 지금은 빠지는 것에 익숙해져서
見落空相似7) 빠지는 걸 봐도 그저 그러려니 하지.
餘存二十餘 아직 남아있는 이십 여개도
次第知落矣8) 차례대로 빠질 터인데,
儻常歲落一9) 만일 늘 한 해에 하나씩 빠지면
自足支兩紀10) 24년은 족히 절로 버티겠지만,
如其落倂空11) 만일 한꺼번에 빠져 텅 비게 되어도
與漸亦同指12) 하나하나 차례로 빠지는 것과 또한 같은 결과이지.
* 6) 熟(숙) : 익숙해지다. 7) 相似(상사) : 예전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뜻으로, 이가 빠지는 것에 대한 감정이 늘 비슷하다는 뜻이다. 8) 次第(차제) : 차례로. 9) 儻(당) : 만약. 10) 紀(기) : 12년. 11) 倂空(병공) : 한꺼번에 빠져 텅 비는 것을 말한다. 12) 漸(점) : 점차. 이가 일 년에 하나씩 점차적으로 빠지는 것을 말한다. 同指(동지) : 같은 의미이다. 같은 결과이다. ‘지’는 ‘의미’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고 귀착歸着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이상 두 구는 이가 한꺼번에 빠지는 것이나 일 년에 하나씩 점차로 빠지는 것이나 결국 다 빠지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人言齒之落 사람들은 이가 빠지면
壽命理難恃13) 장수를 자부하기 어려운 법이라고 하지만,
我言生有涯14) 나는 삶에는 끝이 있으니
長短俱死爾 길거나 짧으나 모두 죽을 뿐이라고 말하지.
人言齒之豁 사람들은 이가 휑해지면
左右驚諦視15) 옆 사람들이 놀라 주목한다고 하지만,
我言莊周云 나는 장주가
木雁各有喜16) 나무와 거위는 각기 좋은 점이 있다고 했다고 말하지.
語訛默固好17) 발음이 새면 침묵하는 것도 진정 좋은 일이고
嚼廢輭還美18) 씹지 못한다면 부드러워져서 또한 좋은 것이지.
因歌遂成詩 그래서 노래하여 시를 지었으니
持用詫妻子19) 가져다가 처자식에게 자랑해야지.
(상성 紙운 통운 않고 일운도저)
*13) 恃(시) : 믿다. 자부하다.14) 有涯(유애) : 끝이 있다. 15) 諦視(체시) : 자세히 보다. 살펴보다. 16) 木雁(목안) : 나무와 거위. ≪장자·산목山木≫에 있는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나온 말로 각각 쓸모없는 것과 쓸모 있는 것을 비유한다. 장자가 산속을 가다가 나무 베는 이가 큰 나무를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으니, 쓸모가 없는 나무라고 대답하였다. 장자는 이 나무는 재목감이 되지 않아서 장수하는구나라고 말했다. 산에서 나와서 친구의 집에 갔는데 친구가 거위를 잡아서 삶아주려고 하였다. 하인이 잘 우는 거위를 잡을지 못 우는 거위를 잡을지 물어보니, 친구는 못 우는 거위를 잡으라고 하였다. 제자가 장자에게 묻기를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장수할 수 있는데,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일찍 죽었으니, 선생님은 어느 쪽에 계시겠습니까?”라고 하니, 장자는 “나는 쓸모가 있는 것과 쓸모가 없는 것 사이에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이가 없어도 좋은 점이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17) 語訛(어와) : 말이 잘못되다. 이가 빠져 발음이 새는 것이다. 이 구는 이가 빠져 발음이 새니 차라리 침묵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는 뜻이다. 18) 嚼廢(작폐) : 씹는 일을 그만두다. 이가 빠져 못 씹게 되는 것을 말한다. 輭(연) : 부드러워지다. 딱딱한 이가 빠져서 입이 부드러워졌다는 뜻이다. 이 구는 혀를 두고 한 말로, 한유의 <강릉으로 가는 도중 왕 보궐, 이 습유, 이 원외 세 한림학사에게 부쳐서 주다赴江陵途中寄贈王二十補闕李十一拾遺李二十六員外翰林三學士>에서 “이가 빠진 뒤로 비로소 혀가 부드러운 것을 부러워하였다.(自從齒牙缺, 始慕舌爲柔.)”라고 한 것과 그 취지가 같다. 유향劉向의 ≪설원說苑·경신敬愼≫에서 “노자가 말하기를, ‘저 혀가 남아 있는 것은 어찌 그것이 부드러워서가 아니겠는가? 이가 빠지는 것은 어찌 그것이 단단해서가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老子曰, 夫舌之存也, 豈非以其柔邪, 齒之亡也, 豈非以其剛邪,)”라고 하였는데, ≪노자≫에서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죽으면 뻣뻣해진다. 초목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죽으면 마른다. 그러므로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러운 것은 삶의 무리이다. 이 때문에 군사가 강하면 멸망하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지니 강대한 것은 하급이고 유약한 것은 상급이다.(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滅, 木强則折. 强大處下, 柔弱處上.)”라고 하였다. 이와 달리 ‘연輭’을 부드러운 음식으로 보는 설이 있는데, 이를 따르면 이 구는 “씹지 못하게 되어도 부드러운 음식이 있어서 좋다.”라는 뜻이 된다. 19) 詫(타) : 자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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