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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봉산덕풍계곡 종주/이원목변호사
    좋은 글 2023. 9. 23. 13:37

    평소 한번 가보고 싶었던 응봉산 덕풍계곡을 지인인 이원목변호사가 부모님 산소에 벌초하러 고향에 들린 기회에 응봉산 덕풍계곡을 종주하고 사진과 함께 글을 보내와 그의 효심과 노익장 그리고 사진실력에 감탄하여 몇자 사족을 붙인다. 그는 늘 산을 좋아해 짬만나면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니며 호연지기를 기르며 樂山하니 仁者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서재에 앉아서 그를 통해 천하의 명산을 두루 감상할수 있으니 행복하다. 그는 律士이면서 경학에도 박학해서 "중용"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는 그가 법무법인의 명칭을 "時中"이라 한것을 보면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작금의 현실에 眞君子임을 알수있을 것이다. 아래에 그의 글과 사진을 첨부한다. ​

     
     

    이번 부모님 산소 벌초하러 고향에 들린 기회에 드디어 응봉산에서 덕풍계곡을 종주하는 산행을 마쳤습니다.

    수년째 시도했다가 길을 아는 친구(영두)와의 시간약속과 날씨가 맞질 않아 미루기를 4~5년, 이번 9. 17.(일)엔 비가 조금 내리기는 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산행을 강행했지요. 다행이 산행도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어요.

    덕풍계곡은 경상북도(울진군)와 강원도(삼척군) 도경계에 있는 응봉산(998m)을 넘어 강원도 삼척군 덕풍리 마을까지 8km 가량의 계곡으로 나가는 총 18km 산행길로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입니다.

    정상적인 등산로가 개설돼 있지 않아 계곡의 양편을 오가면서 길을 찾아 가야 하는 코스라, 길을 아는 전문 산악인과 동행 하지 않으면 어려운 산행입니다.

    때로는 가슴까지 차는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마즌편으로 건너가 절벽에 나 있는 밧줄을 잡고 오르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계곡물을 건너 가기를 수차례 반복하였습니다.

    또 수직 직벽으로 난 외줄 로퍼에 지탱해서 지나야 하는 길도 여러차례 있었지요

    가끔 길이 없어져 4~5m(길을 몰랐을 지도 모름) 폭의 절벽을 돌부리와 바위 틈 사이를 비집고 지났던 곳도 몇차례 있었는데, 지금 생각면 아찔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나마 안전한(?) 길이 계곡에 있는 큰 바위 사이를 건너 뛰는 길인데, 릿지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스틱으로 여러번 망설이다가 건너 가다보니 진행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평소 산행습관 대로 사진을 찍으면서 경치를 오래 느끼며 걷다보니 진행속도가 느리기만 했지요.

    해서 예상치 않게 마지막 3km 정도 구간은 야간 산행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2 용소폭포 직전에서는 지나가야 하는 절벽길에 설치된 로프가 잘려 나가 길이 없어졌어요. 여러번 망설이다가 약 4~5m 절벽을 돌부리를 잡고 좁은 디딤돌에 발을 지탱해서 죽기 아니면 까무라친다는 생각으로 절벽을 건넜지요.

    이리 무리한 행동은 당시 이미 힘이 빠진 상태라 18km를 다시 돌아갈 순 없었기 때문이지요. 설령 바위에서 미끄러지더라도 폭포로 떨어지면 헤엄쳐 나올 각오로 직벽 바위를 지나갔지요.

    마을에 도착해서 주민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폭포 윗쪽 등산로를 폐쇄하면서 로프를 잘라버렸다고 하네요. 또 폭포 바로 아래 쪽 물은 깊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암반이 돌출되어 잘못 떨어졌다간 그대로 황천길이라나…

    다행이 절벽 뒤 쪽부터는 관광객을 위한 데크길이 나와 있었지요. 데크길로 접어든 이후에 어둠이 찾아왔지만 데크가 보여 걷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문명의 이기가 이리 고마울 줄이야….

    덕풍마을에 도착해서 불켜진 민가를 찾아가 물을 얻어 마셨는데, 커피까지 타 주시는 주인의 순박한 인심이 감동이네요

    친구 원석이가 울진에서 차를 몰고와서 어두운 오지마을을 벗어날 수 있었지요. 어두운 먼길 마다 않고 차를 몰고 온 원석이, 고맙네.

    한때 이 코스를 6시간만에 주파했다는 영두가 나땜에 10시간 반이나 함께 하면서 야간 산행까지 하게 했으니.. 산행내내 미안하고도 고마울 뿐이었네.

    닥풍계곡, 정말 혼 났네요. 그래도 위험을 감수할 만한 멋진 풍광이었어요. 그런데 핸드폰이 물에 젖어 멋진 곳을 따 찍지 못한 아쉬움은 오래 남네요.

    원래 덕풍계곡 물은 그대로 마실 수 있었던 맑고 푸른 계곡물이었는데, 얼마전 대규모 산불로 누른 잿물만 흘러서 아쉽기만 하네요.

    볍무법인 시중 대표 이원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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