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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立秋後題 (입추후제)
    한국한시/한국한시협회 2023. 3. 19. 08:14

    立秋後題 (입추후제)

     

    日月不相饒1 (일월불상요)

    節序昨夜隔2 (절서작야격)

    玄蟬無停號3 (현선무정호)

    秋燕已如客4 (추연이여객)

    平生獨往願5 (평생독왕원)

    惆悵年半百6 (추창년반백)

    罷官亦由人7 (파관역유인)

    何事拘形役8 (하사구형역)

     

    입추 뒤에 쓰다

     

    해와 달이 봐주지 않아

    절기가 어제 밤에 바뀌었다.

    매미는 쉬지 않고 울고

    가을 제비는 이미 나그네 같다.

    평소 홀로 가고자 하는 바램,

    나이 반백이라 마음이 슬프구나.

    벼슬 그만두는 것도 또한 남의 결정에 따르는 터,

    무슨 일로 육신의 부림에 구속되나?

     

    이 시는 건원 2년 입추 다음 날에 쓴 시로, 당시 두보는 화주사공참군으로 있었다. 시 속에 벼슬을 버리고 떠나려는 심사가 드러나 있다.

    1 () - 너그럽게 대해주다. 이 구는 세월이 무정하게 흘러간다는 뜻이다.

    2 節序(절서) - 절기. 여기서는 입추를 가리킨다. 昨夜隔(작야격) - 어제가 입추였다는 뜻이다.

    3 玄蟬(현선) - 가을 매미.

    4 () - 두보 자신을 두고 한 말이다. 이 구는 제비가 두보 자신처럼 멀리 따나고자 한다는 것이다. 가을 제비는 공이 스스로를 비유한 것이다. 화주를 떠나려는 것이 제비가 둥지를 떠나는 것과 같음을 말하였으니, 그래서 나그네와 같다고 한 것이다.

    5 獨往願(독왕원) - 홀로 가고자 하는 바람. 세속을 떠나 홀로 자유롭게 놀고자 하는 바람을 뜻한다.

    6 惆悵(추창) - 마음 아파하다. 탄식하다. 年半百(연반백) - 나이가 오십 세이다. 당시 두보는 48세였다.

    7 罷官(파관) - 벼슬을 그만 두는 것도 남의 결정에 달렸음을 말한다.

    8 形役(형역) - 마음이 육신에 의해서 사역되는 것을 뜻한다.

    도연명 <귀거래사歸去來辭>: 이미 스스로 마음이 육신에 부림을 받았는데, 어찌 마음 아파하며 홀로 슬퍼하리오.(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 전반부 4구는 입추 후의 경물이고, 후반부 4구는 시를 지은 뜻이다.

     

    秦州雜詩二十首 (진주잡시이십수)

     

    滿目悲生事1 (만목비생사)

    因人作遠遊2 (인인작원유)

    遲回度隴怯3 (지회도롱겁)

    浩蕩及關愁4 (호탕급관수)

    水落魚龍夜5 (수락어룡야)

    山空鳥鼠秋6 (산공조서수)

    西征問烽火7 (서정문봉화)

    心折此淹留8 (심절차엄류)

     

    진주잡시 20

     

    눈에 가득한 살아가는 일의 슬픔이여

    남을 의지하여 먼 길을 떠났네

    머뭇머뭇 겁먹은 채 농산을 지나고

    끝없는 근심 속에 관문에 이르렀네

    물 빠진 어룡천의 밤

    산이 텅 빈 조서산의 가을

    서쪽으로 가다가 봉화의 소식을 묻고는

    마음 꺾여 이곳에서 오래 머무노라

     

    두보는 건원 2(759) 가을 화주에서의 벼슬을 버리고 기근을 피하여 진주로 간다. 이 시는 그 때 지었다. 전체 20수 안에는 진주의 풍경이나 변새의 일, 객지살이의 고단함이나 우국우민의 의론 등을 적었다. 진주는 장안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780 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1 滿目(만목) - 눈에 보이는 것 모두. 生事(생사) - 삶을 꾸려가는 일. 생계. 이 구절은 두보가 살고 있던 경기 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어 생계가 어려워졌음을 말한 것이다.

    2 因人(인인) - 남에게 의지하다. 남을 따라가다. 여기서 남이란 조카인 두좌杜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두좌가 진주에 살았다. 遠遊(원유) - 멀리 가다. 여기서는 두보가 가족을 이끌고 화주로부터 진주로 오게 된 것을 가리킨다.

    3 遲迴(지회) - 주저하며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 () - 지명. 농판隴坂. 진주로 가는 길에 넘어야 하는 높고 긴 고갯길이다. 농판은 아홉 번 굽어지면서 그 높이가 몇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고갯길을 오르려는 자는 7일이 되어야 넘을 수 있다.

    4 浩蕩(호탕) -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 () - 농관隴關. 농 지역에 있는 관문의 이름.

    5 水落(수락) - 물이 빠지다. 물이 줄어들다. 魚龍(어룡) - 어룡천. 진주 부근에 있는 하천의 이름이다.

    6 鳥鼠(조서) - 조서산鳥鼠山. 진주 부근에 있는 산 이름이다.

    7 西征(서정) - 서쪽으로 가다. 진주는 장안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問烽火(문봉화) - 봉화를 묻다. 당시 토번의 난이 있었기에 걱정한 말이다.

    8 心折(심절) - 마음이 꺾이다. 좌절하다. 淹留(엄류) - 오래 머무르다.

    [西征 2]

    봉화를 묻는다는 것은 토번의 난을 걱정한 것이다. 진주는 장안의 서쪽에 있었으므로 서쪽으로 간다고 한 것이다. ‘마음이 꺾여 오래 머문다는 것은 마지못해 진주에 객거客居하게 되었음을 말한다.(問烽火, 憂吐蕃也. 秦在長安之西, 故云西征. 趙注謂公更欲西遊者, 非是. 心折淹留, 意不欲久客於秦矣.)

    # 이 시는 20수의 서두로, 처음 진주에 도착한 일을 말하였다. 첫 연에서는 진주로 가게 된 연유를 적었고, 둘째 연에서는 진주로 들어가기까지의 어려움을 적었으며, 셋째 연에서는 진주에 도착하여 본 풍경을 적었고, 마지막 연에서는 진주에 객거하면서 느끼는 심사를 적었다.

    擣衣 (도의)

     

    亦知戍不返1 역지수불반

    秋至拭淸砧2 추지식청침

    已近苦寒月3 이근고한월

    況經長別心4 황경장별심

    寧辭擣衣倦5 녕사도의권

    一寄塞垣深6 일기새원심

    用盡閨中力7 용진규중력

    君聽空外音8 군청공외음

     

    다듬이질

     

    또 수자리에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가을이 되자 다듬잇돌 닦는다.

    이미 아주 추운 달이 가깝거늘

    하물며 긴 이별의 심사를 겪었음에랴.

    어찌 다듬이질 지겹다고 마다하리요?

    오로지 변방 성 깊은 곳에 부치리.

    아낙의 힘을 다하노니

    그대는 하늘 밖의 그 소리 듣고 있겠지요.

     

    건원 2년 진주에서 지은 것으로, 수자리하는 지아비를 향한 아낙의 심사를 곡진하게 그렸다.

    1 亦知(역지) - 올해도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안다는 뜻이다.

    2 () - 깨끗이 닦다. 淸砧(청침) - 다듬잇돌.

    3 苦寒(고한) - 아주 춥다.

    4 () - 겪다.

    5 擣衣(도의) - 옷을 다듬이질하다. 옛사람은 다듬이질할 때 두 여자가 서로 마주 서서 공이 하나를 잡고 마치 쌀을 찧는 듯이 하였다. 후에 누운 공이로 바꾸고 마주 앉아 다듬이질하니, 편리해서이다.

    6 () - 오로지. 塞垣(새원) - 변방의 성.

    7 閨中力(규중력) - 규방 여인의 힘.

    7 空外(공외) - 허공 밖. () - 다듬이질 소리이다.

    # 이 시는 수자리하는 군인의 부인을 대신하여 그 감정을 말한 것이다. 수자리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 옷을 다듬이질하는 까닭이고, 다듬잇돌 닦는 것은 다듬이질의 일이다. 악부시의 도의편은 모두 종군자의 부인 입장에서 말하였다.

     

    讀金成坤敎授南岳廟詩與湘妃廟詩, 因憶舊遊而步其韻各作二章 其一

    독김성곤교수남악묘시여상비묘시, 인억구유이보기운각작이장

     

    離方蠻地衡山鎭 이방만지형산진

    溟海多兇火正平 명해다흉화정평

    祭秩三公香不絶 제질삼공향부절

    時聞雲外駕龍聲 시문운외가룡성

     

    *火正掌火官左傳昭公二十九年火正曰祝融(‘화정은 불을 관장하는 관리이다. 좌전·소공29화정을 축융이라 한다는 말이 있다.)

     

    김성곤 교수의 남악묘 시와 상비묘 시를 읽다가 예전에 내가 갔던 일이 생각나서 차운하여 각각 두 수씩 짓다 제1

     

    남방은 야만의 땅

    형산衡山이 그곳을 누르고 있고

    넓은 바다에 흉악한 일 많은데

    화정火正이 평온하게 한다

     

    형산 신의 제사는 삼공三公의 의식으로 하고

    향화香火가 그치지 않으니

    용을 몰아서 오는 소리가

    때로 구름 너머에 들린다

     

    # ‘는 불을 뜻하고 남방에 해당한다. 화정은 축융이니 불의 신이며 남쪽의 신이다. 남악인 형산은 오악의 하나이고 그 신은 최고의 등급으로 예우하여 제사 지낸다. 남쪽 바다 사람은 용을 숭배하니 남악의 신이 흠향하러 올 때면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오지 않을까?

     

    其二

     

    坐鞍遊客凌嶢屼 좌안유객릉요올

    下界掌中千里平 하계장붕천리평

    往事勿言難捕影 왕사물언난포영

    耳邊彷佛馬鈴聲 이변방불마령성

     

    2

     

    유람 온 나그네가 말안장에 앉아

    높고 높은 산 위에 올라보니

    손바닥에서 보는 듯한 눈 아래 세계

    천리 넓은 그 땅이 평평하게 보인다

     

    지난 일의 기억은 그림자 같아서

    잡아내기 어렵다 말하지 말라

    지금도 내 귓가에

    말방울 소리가 뚜렷이 들리는 듯하니

     

    # 말을 타고 형산에 올랐다. 그 때 본 광경이 지금도 눈앞에 선명하다. 타고 가던 말방울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니 깊은 인상이 뇌리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하계下界는 실제로는 아주 넓은 지역일 테지만 손바닥 위에 놓고 보는 듯 한눈에 다 보였다. 그리고 높고 낮은 차이가 있을 테지만 모두 다 평평해 보였다. 어디서나 최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쪽은 늘 그렇게 보일 것이다.

     

    [原韻]

     

    登南岳神州祖廟待香客返而率爾成興

    등남악신주조묘대향객반이솔이성흥

     

    祝融峰上春雲薄 축융봉상춘운박

    華嚴湖中綠波平 화엄호중록파평

    新廟香客久不返 신묘향객구불반

    三月午後鷄幾聲 삼월오후계기성

     

    남악신주조묘에 올라 향화객香火客이 돌아가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흥이 나다

     

    축융봉 위 봄 구름은 얇고

    화엄호 가운데 푸른 물결 평온하다

    새로 지은 묘에 향화객이 오래도록 돌아가지 않는데

    삼월 오후에 몇 차례 들리는 닭 울음소리

     

     

    無情亦感二妃史 무정역감이비사

    廟樹減靑花褪紅 묘수감청화퇴홍

    唯竹淚斑千祀瀝 유죽루반천사력

    湘江雲接九嶷風 상강운접구의풍

     

    3

     

    정이 없는 초목도

    두 비의 역사에 감응하는가

    묘 앞 푸른 나무는 빛이 바랬고

    붉은 꽃은 퇴색했다

     

    오직 대나무에 떨어진 눈물 흔적

    천년이 지나도 뚜렷하니

    상강의 구름이

    구의산 바람과 서로 잇닿아서겠지

     

    #구의산은 일명 창오산蒼梧山이라고 하는데, 그 산에 순 임금의 무덤이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그의 두 부인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심하여 상강에 빠져 죽어 상강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동정호에 있는 군산의 대나무에는 반점이 있는데 이는 그녀들이 흘린 눈물 자국이라고 하여 그 대나무를 상비죽湘妃竹이라고 한다.

     

    其四

     

    湖島四圍湖水闊 호도사위호수활

    靄煙無際夕霞紅 애연무제석하홍

    明朝夢澤行路險 명조몽택행로험

    異客黙祈乘順風 이객묵기승순풍

     

    * 湖島君山(‘호도는 군산이다.)

    * 夢澤卽雲夢澤(‘몽택는 곧 운몽택이다.)

     

    4

     

    호수 안에 있는 섬을

    사방으로 에워싼 물은 광활하고

    자욱한 연무 가없는 그곳에

    석양 노을이 붉다

     

    내일 아침이면

    운몽택 험한 길을 가야하니

    타국에서 온 나그네는

    순풍을 타게 해달라고 말없이 기도한다

     

    # 운몽택은 장강 중류에 위치한 넓은 지역으로 습지가 많은 곳이다. 다음날도 장강 중류 일대를 다니는 긴 여정을 앞두고 있었으니, 경계심 많은 이방인이 상강의 여신에게 기도한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3구의 요를 제4구 제5자에 평성자를 씀으로써 구하였다.

     

    [原韻]

    過君山湘妃廟

     

    千里洞庭波浪白

    萬年孤墓野花紅

    曉看斑竹又生淚

    應是蒼梧一夜風

     

    군산의 상비묘를 들르다

     

    천리 동정호의 파도는 하얗고

    만년 외로운 묘에 들꽃이 붉다

    새벽에 본 반죽이 또 눈물을 흘리니

    분명 어젯밤 내내 창오산에서 바람이 불어왔나 보다

     

    # 칠언절구의 수작이다. 특히 제3구와 제4구가 기막히게 좋다. 김교수의 공력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영주교수강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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