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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을 고치지 않는 잘못'
    좋은 글 2022. 12. 19. 21:07

     

     

    '잘못을 고치지 않는 잘못'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고 한다. 전국의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0.9%(476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 글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나온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얼굴이 두껍게 살아가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주는 고언처럼 들리는 것은 비단 필자뿐일까.

    한나라의 제왕도 정치를 하다보면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잘못을 고치지 않고 쌓이기만 하면 백성들의 원망을 산다.

    진나라 영공 이고(夷皐)는 어린 나이로 즉위하여 장성하자 사치하고 난폭해져 마구 사람을 죽였다. 어느 날 아침상에 곰 발톱이 익지 않아 성질을 부리고 그 요리를 만든 요리사를 죽였다. 영공은 후에 살해되는 비극을 초래한다.

    성군이라는 세종도 10여 차례나 잘못을 시인했다고 한다. 관리를 잘못 임명하여 외교적 망신을 당했을 때 '사람을 잘못 알고 보낸 것을 심히 후회 한다'라고 말했다. 나랏일에 몰두하느라 자신과 신하들의 건강을 돌보지 않은 것을 뉘우친다'고 했다.

    재위 11년인 1429년 8월 8일 세종은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깊이 후회하는 교시를 내렸다. 당시 중국 사신 숙소인 태평관을 고쳐지으려 할 때 한 장군이 '경회루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데 태평관까지 시작하면, 백성들이 너무 힘들 것'이라고 반대했다.

    세종은 '승려들에게 부역을 시키고, 도첩(圖帖)을 발급해 준다면 태평관 공사도 이뤄지고, 백성들도 괴롭히지 않게 되어, 두 가지 일이 다 잘 되지 않겠느냐'며 강행했다. 그러나 공사는 차질을 빚었으며 많은 승려들이 죽고 다치는 것으로 끝났다.

    중종 때 강직했던 홍문관 부제학 구수담(具壽聃)은 상소로 임금의 잘못을 고치려 했다. '간언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간언을 따르는 것은 어렵고, 잘못을 알기는 어렵지 않으나 잘못을 고치는 것은 어려운 법입니다. 간언을 듣기만 하고 따르지 않으면 이는 곧 간언을 물리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으면 이는 곧 잘못을 더하는 것이 됩니다'(중종실록 38년 12월 1일).

    부처의 제자 중 앙굴리 말라는 희대의 살인마였다. 99명의 사람을 살해하여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녔다. 그는 부처를 죽여 100번째의 손가락을 모으려고 하다가 감화되어 죄를 뉘우치고 개과천선하여 부처의 제자가 된다.

    훗날 앙굴리말라는 악당 시절의 피해자들이 자기에게 돌을 던져 죽음을 맞이하는데 피하거나 맞서지 않고 죽었다. 앙굴리말라가 죽은 뒤 승려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부처는 그가 지옥에 빠지지 않고 열반에 이르렀다고 말하였는데 놀란 승려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사람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석가모니는 '많은 악을 행한 이후에도 회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악인도 개과천선한 삶을 살면 업보를 씻는다는 불가의 가르침이다.

    법화경은 '회개하고자 하거든 똑바로 앉아 진리를 읽으라. 이것이 진리이다.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당신의 본성을 볼 때까지 그것을 정말로 읽으면 모든 죄업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가르친다.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치 않는 것이 잘못이다' 2023 새해를 얼마 앞두고 한국의 정치, 정치인들이 곰곰이 되새겨야할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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