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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소찬(尸位素餐)/주운(朱雲)좋은 글 2022. 12. 11. 08:01
시위소찬(尸位素餐)의 시는 시동(尸童)을 뜻한다. 옛날에는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혈통을 이어받은 어린 아이를 조상 신위에 앉혀 놓고 제사를 지냈는데 이 아이를 시동이라 불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시동이 신위에 앉아 조상 대접을 받듯이 아무런 능력이나 공적도 없으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시위라고 한다. 공짜로 먹는다는 뜻의 소찬(素餐)은 재능이나 공로도 없이 녹을 타먹는다는 뜻이다.
시위소찬은 '한서ㆍ주운전(漢書ㆍ朱雲傳)'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한(漢)나라 원제(元帝)때 주운(朱雲)은 청렴하고 강직했으며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으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성제(成帝) 때 승상 장우(張禹)는 황제의 어릴 적 스승이었으므로 황제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었지만 내세울만한 큰 업적을 세우지는 못했다. 이에 주운은 고관대작들이 모인 가운데 감정이 격앙되어 이렇게 말했다.
금조정대신(今朝廷大臣) 지금의 조정대신들은
상불능광주(上不能匡主) 임금의 시정을 바로잡지 못하고
하무이익민(下無以益民) 백성의 생활을 돌보는 것을 잊었으니
개시위소찬자야(皆尸位素餐者也) 모두가 시위소찬이다.
이를 듣고 황제는 "그렇다면 네가 지적한 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주운은 조금의 망실임도 없이 손을 들어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승상 장우입니다." 그러자 황제가 크게 노하며 명했다. "하위직에 있는 자가 감히 짐의 스승을 능멸한다? 당장 끌어내 목을 쳐라!"
이에 좌장군 신경기(辛慶忌)가 나와 자신의 관모와 관인을 내놓고 머리를 계속 바닥에 찧으며 간청하니 황제가 주운의 죽을 죄를 면해주었다고 전해진다.
유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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