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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통해 ‘애민 정신’을 발휘한 ‘김정호’한국한시/한국한시협회 2023. 9. 23. 12:34
지도를 통해 ‘애민 정신’을 발휘한 ‘김정호’
현존하는 최고 지도는 영국 런던에 있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돼있는 4,5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 때 그려진 것이다. 지도는 그 시점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항해지도가 없었다면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인류 역사 속에서 지도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바꿔 놓기도 했다.
<손자병법> ‘지형편’에 나오는 말이다. “지기지피 승내불태 지지지천 승내가전(知己知彼, 勝乃不殆. 知地知天 勝乃可全).”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위태롭지 않게 승리할 수 있다.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고, 기상 조건을 알면 완전한 승리를 할 수 있다.” 병력이 싸우는 장소가 어떤 지형인지 아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고려 의종(毅宗) 때는 나라 지도를 송나라에 보내려던 이들이 처벌당한 기록도 있다.
구한말 조선에 세계가 놀랄만한 ‘초인초업(超人超業)’이 있었다. 만약 근대 조선의 최대 보물인 김정호(金正浩, 1804년 추정~1866년 추정)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가 널리 보급되고 이에 따라 산업이 활발해지고 경제규모가 커졌다면 조선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까?
김정호는 황해도 평민 집안에서 출생했다는 것 외에 세계(世系)가 분명하지 않다. 본관은 청도(淸道). 자는 백원(伯元), 호는 고산자(古山子)다. 무관인 최성환, 병조판서를 지낸 신헌, 실학자 최한기, 이덕무의 손자 이규경 등과 신분을 뛰어넘어 평생을 교유하고 도움을 받았다.
최한기는 <청구도제(靑丘圖題)>에 “벗 김정호는 스무 살 안팎부터 지도와 지리지에 깊이 뜻을 두고 오랫동안 찾아 열람하여 여러 방법의 장단점을 자세히 살폈다.”라고 쓰고 있다.
고산자는 지도 제작을 위해 전국을 방방곡곡 샅샅이 답사하고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돌에 새겨진 천문도)> 등 이전에 만들어진 모든 지리 자료를 참고했다. 그는 판각에 뛰어난 각수(刻手)이기도 했다.
1861년(철종 12) 고산자는 27년 동안 비풍참우(悲風慘雨, 비참한 처지)의 생활을 후 전통적인 기법은 물론 백리척, 방안도법, 경위도법 등 최신 기법을 집대성해 <대동여지도>라는 ‘조선판 빅데이터’를 만들었는데, 상세하고 정밀함이 고금에 견줄만한 것이 없었다.
당시까지 만들어진 지도 중에서 가장 큰 전국 지도로 크기가 6.7m×3.8m이다. 목판본으로 제작함으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여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췄고, 22권의 절첩식(折疊式)으로 만들어 열람과 휴대에 편리하게 하였다.
실학자 고산자는 ‘지도유설(地圖類設, 대동여지도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백성이 역(役)을 행하고 물과 뭍으로 오가는바, 험한 곳과 평탄한 곳, 모든 것을 다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이것으로 적을 막는 걸 돕고, 시절이 화평하면 이것으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지니, 모두 나의 이것으로 취함이 있을 것이다.”
결국, 국난 시에는 적을 쳐부수어 백성의 안전을 도모하고, 치세에는 백성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라고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과학기술의 혜택 없이 수작업으로 지금의 인공위성에서 찍은 모양과 별 차이가 없는 정확한 지도를 제작하였다는 것은 ‘기적의 위업’이라 할 수 있다.
표기된 지명의 수는 1만 8천 곳으로 ‘국토통합’과 ‘애민정신’으로 가는 길이었던 <대동여지도>.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꿈의 진서(珍書)’ 제작에 금자탑을 세운 고산자 선생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超才超業起源居(초재초업기원거) 세계가 놀랄 업적(지도제작)의 기원을 차지했고
慘雨悲風破笠虛(참우비풍파립허) 비참한 처지에서 해어진 갓처럼 허하게 생활했네
弱冠專心吾地理(약관전심오지리) 20세에 전심으로 우리나라 지도 제작에 몰입해
知天忍苦大東輿(지천인고대동여) 50대에 괴로움을 겪으며 대동여지도를 편찬했네
國難防敵詳圖始(국난방적상도시) 국난 시 적을 막는데 자세한 지도의 시작이었고
治世行用有益初(치세행용유익초) 태평한 세상에는 널리 써 유익한 단초 열었네
西北畸人循八道(서북기인순팔도) 황해도 출신의 특이한 인물은 팔도를 다녔고
艱難統合遺珍書(간난통합유진서) 진귀한 책은 어려움을 겪고 국토통합에 기여했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한국한시협회 전이사 현감사)
출처 : 일요서울i(http://www.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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