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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의 자부심,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 김황식 전 국무총리
    좋은 글 2022. 10. 8. 13:30

    [아무튼, 주말] 안동의 자부심,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2.10.08 03:00
     
    경상북도 안동 분들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안동이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중심지라고 자부하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16년 전 이 표현의 독점적 사용을 위해 특허 출원까지 해놓고서 나름대로 그 내실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정신문화재단이 2014년부터 주관하는 국제 행사인 ‘21세기 인문가치포럼’입니다. 스위스에 세계 최고 권위의 경제 포럼인 다보스 포럼이 있다면, 안동에 세계 최고의 정신문화 포럼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 삶의 풍요와 편익을 제공하였지만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고 인간성의 상실을 가져왔다고 보고, 그 해결 방안으로 인류 사회에 적합한 보편적 인문 가치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실로 야무진 꿈입니다.

    일러스트=김영석

    지금은 가히 포럼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많은 포럼이 개최되지만 대부분이 경제나 정치에 관련된 것임을 생각하면, 정신문화를 주제로 하는 안동 포럼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2014년 제1회 포럼에서 축사를 하였는데, 금년 9월에 열린 제9회 포럼에 초청받아 기조 강연을 하였습니다. 제 이름 가운데 ‘황(滉)’자가 퇴계 이황(李滉) 선생에게서 따온 것을 알고 저에게 친근감을 갖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안동의 지인들이 계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스개 삼아 생각해본 것입니다.

    기조 강연의 제목은 ‘대한민국,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길’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감은 오히려 떨어지고 사회는 더 분열되어 갈등과 대립이 심화하고 가족 관계도 해체되며 자살률 증가 등 사회적 병리 현상이 증가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생긴 과도한 경쟁, 물질 만능, 성과 지상, 승자 독식, 절차 무시, 탈법과 편법, 빈부 격차에 따른 사회 양극화 등 때문입니다. 정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편 가르기로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이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제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고쳐야 할 보다 근본적인 병폐들을 지적하였습니다. 우리의 허물을 들춰내는 것이어서 주저되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결행(?)하였습니다.

    첫째, 준법 의식 부족입니다. 일제와 독재 시대를 지나며 국민이 법을 사회 공동선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통치 수단이나 강자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법률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도구임을 인식하고 준수하여야 합니다.

    둘째, 부정직성. 정직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기, 위증, 무고, 잘못된 고소·고발 사건 등이 너무 많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잘못된 풍조이지만 시정되어야 할 대목입니다.

    셋째, 생명 경시 풍조입니다. 자살과 불법 낙태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입니다.

    넷째, 폭력성입니다. 다툼이 있을 때 너무 쉽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또한 가정 폭력, 학교 폭력과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 등 언어폭력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품격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다섯째, 육체노동 천시 경향입니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은 그 가치에 차이가 없습니다. 필요한 역할 분담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비록 일부 현상일지라도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이번 안동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을 하나 소개합니다. 안동이 대전보다 위도상 더 북쪽이라는 점입니다. 저만 몰랐나요? 혹시 그럴 리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지도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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