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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月影 이순옥좋은 글 2023. 7. 6. 20:25
자귀나무/月影 이순옥
너를 보는순간 나의 여름앓이는 시작된다
평범함을 거부하며
붉은 화장술로 열기를 칠하는 밤에도
우린 뜨겁게 포옹을 했다
감정에 모든 것을 내던진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세상의 험난함과 사람의 무서움을 너무 잘
아는 까닭에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상
사실 더, 물리적 거리보다 더 다가가고 싶었다
시간 속에 남은 슬픔과 고통의 잔재가
몸을 끓게 만들었다
열기를 바람을 삼킨,
그 허망한 향만 짙게 스몄다
시간의 마모를 비켜가다
엉망진창으로 얼룩진 상념 위
복받치는 서러움만
새로 내린 눈처럼 소복이 덮인다
각고의 인내로 억누른,
가파르게 느껴지는 욕망이 절벽처럼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