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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국민을 오열시킨 안중근
    역사/한국사 2022. 12. 25. 19:02

     

    2022 국민을 오열시킨 안중근

     

    ▲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30여년전 필자는 경남 거창에 사는 독립유공자 자제인 친구로부터 판소리 녹음테이프를 하나를 받았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삶을 노래한 판소리 한 대목이었다. 슬프고도 슬픈 폐부를 찌르는 한 맺힌 소리였다.

    출근하는 길 필자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왜 그렇게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모른다. 차디찬 여순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한 안 의사의 의연함과 어머니 여사의 아들에 대한 마지막 편지 때문이었을까.

    지금 나는 또 안중근 의사를 생각하며 눈물을 쏟았다. 나이를 먹으니 마음이 여려진 탓인가. 상영 중인 영화 안중근을 본 많은 국민들이 오열을 참지 못했다는 기사가 가슴을 또 뜨겁게 한다. 필자만 오열한 것은 아니었다.

    사형 집행 날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안 의사의 초연한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새 옷은 어머니가 천국에 갈 때 입으라고 정성스럽게 지은 것이다. 흑백사진에 나타난 모습은 하얀 박꽃이 연상될 만큼 깨끗하다.

    죽음의 문턱 바로 있던 안 의사의 얼굴은 소년처럼 밝고 태연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는 어머니를 향해 예를 갖춘 선비의 단아한 모습이다.

    안 의사를 지키던 감방의 간수도 처음에는 안 의사를 증오했지만 나중에는 감동을 받고 존경하는 인물이 되었다. 안 의사의 학문과 동양평화를 위한 지론에 감동을 받았다.

    안 의사가 써 놓은 유묵을 모아 잘 간수했으며 퇴직 후에는 안 의사를 추모하는 행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가 지킨 유묵들은 발견되는 대로 국가 보물로 지정되었다.

    안중근의 삶을 담은 ‘영웅’을 제작한 감독은 천만 관객을 모은 ‘국제시장’의 윤제균이다. 상업 감독인 그가 이번에도 일을 냈다. 2022년 윤 감독은 왜 안중근 의사를 소환한 것일까.

    윤 감독은 안 의사보다 어머니에 방점을 찍는다. 한국의 의연한 어머니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많은 관객들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래서 더욱 오열한 것인지도 모른다.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아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다.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모두의 분노를 짊어진 것이다’

    비정할 만큼 찬 어머니의 편지였다. 보통의 어머니들은 아들의 구명을 탄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안 의사 아들에게 어머니는 의연한 죽음을 당부했다. 그것이 또한 눈물을 뿌리게 한 것이리라.

    안 의사의 유해는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외로운 혼령은 아직도 만주 땅을 헤매고 있다. 자랑스러운 어머니 조마리아의 유해도 상하이 내 프랑스 조계지에 묻혔으나 지금은 무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두 분의 애국지사 유해도 찾지 못하는 무능한 대한민국이다. 보훈처를 비롯한 그 많은 독립운동 관련 조직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안 의사는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 우리는 이런 소망을 들어주지 못했다. 역대 많은 대통령들이 중국을 방문 임시정부 청사만을 돌아봤을 뿐 안 의사의 피맺힌 유언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안 의사와 훌륭한 한국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생각하면 더 눈물이 나는지 모른다.

    이재준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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