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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이백(李白)

남해 2023. 4. 1. 23:27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019_(卷二)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이백(李白)

한형주에게 주는 글

 

白聞(백문) : 저 백이 듣건대

天下談士(천하담사) : 천하의 담론 잘하는 선비들이

相聚而言曰(상취이언왈) : 서로 모여 말하기를

生不用封萬戶侯(생불용봉만호후) : “태어나서 꼭 만 호의 제후에 봉해질 필요는 없어도

但願一識韓荊州(단원일식한형주) : 다만 한조종을 한 번 알기를 소원한다.”고 합니다.

何令人之景慕(하령인지경모) : 사람들로 하여금 앙모하게 하는 것이

一至於此(일지어차) : 어쩌면 이에 이르게까지 하실 수 있습니까?

豈不以周公之風(기불이주공지풍) : 이것이 어찌 주공의 풍도를 따라서

躬吐握之事(궁토악지사) : 몸소 식사 중에 밥알을 뱉아내고 머리를 감다가도 젖은 머리를 움켜쥐고

使海內豪俊(사해내호준) : 선비를 맞이한 때문에,

奔走而歸之(분주이귀지) : 천하의 호걸과 준재들이 바삐 달려와 공께 귀의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一登龍門(일등용문) : 한 번 용문에 오르면

則聲價十倍(칙성가십배) : 성가가 열 배로 뛴다고 합니다.

所以龍蟠鳳逸之士(소이용반봉일지사) : 그러므로 웅크린 용같고 빠어난 봉황같은 선비들이

皆欲收名定價於君侯(개욕수명정가어군후) : 모두들 공으로부터 명예를 얻고 성가를 인정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君侯不以富貴而驕之(군후불이부귀이교지) : 공께선 자신이 부귀하다하여 교만하지 않으시며,

寒賤而忽之(한천이홀지) : 상대방이 미천하다하여 그들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則三千之中(칙삼천지중) : 그런즉 삼 천 명의 식객중에

有毛遂(유모수) : 반드시 모수와 같은 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使白得穎脫而出(사백득영탈이출) : 저 백으로 하여금 재능을 나타내 보이게 해주신다면,

卽其人焉(즉기인언) : 바로 모수와 같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白隴西布衣(백롱서포의) : 저는 농서 지방의 평민으로서

流落楚漢(류락초한) : 초한 지역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十五好劒術(십오호검술) : 나이 열 다섯 때에는 검술을 좋아하여

徧干諸侯(편간제후) : 두루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벼슬을 하려했습니다.

三十成文章(삼십성문장) : 삼십이 되어서는 문장을 짓게 되었는데

歷抵卿相(력저경상) : 지나는 곳마다 공경이나 재상을 만나보았습니다.

雖長不滿七尺(수장불만칠척) : 키는 비록 7척이 못되건만

而心雄萬夫(이심웅만부) : 마음은 만명의 장부들보다 웅대합니다.

皆王公大人(개왕공대인) : 왕이나 공경대부들은

許與氣義(허여기의) : 모두들 저의 기절과 도의를 인정하였습니다.

此疇曩心跡(차주낭심적) : 이것이 지난날의 저의 마음씀과 행적이온대

安敢不盡於君侯哉(안감불진어군후재) : 어찌 감히 공 앞에서 모든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君侯制作(군후제작) : 공의 문장은

侔神明(모신명) : 천지신명의 솜씨와 같고,

德行動天地(덕행동천지) : 덕행은 천지를 감동시키며,

筆參造化(필참조화) : 필봉은 천지의 조화에 참여하고

學究天人(학구천인) : 학문은 하늘과 인간의 원리를 다 추구했습니다.

幸願開張心顔(행원개장심안) : 바라옵건대 마음을 여시고 안색을 펴서

不以長揖見拒(불이장읍견거) : 오래 읍하고 있는 저를 거절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必若接之以高晏(필약접지이고안) : 만일 반드시 성대한 연회로써 저를 접대하고

縱之以淸談(종지이청담) : 제게 맑은 담론을 마음껏 하게 하신다면

請日試萬言(청일시만언) : 매일같이 만언의 글을 써올리라고 청하신다 하더라도

倚馬可待(의마가대) : 말에 기대어 선 채 글을 기다려도 될 것입니다.

今天下以君侯(금천하이군후) : 오늘날 세상사람들은 공을

爲文章之司命(위문장지사명) : 문장의 사활을 주재하는 신으로 여기고 있으며

人物之權衡(인물지권형) : 인물을 재어보는 저울로 알고 있습니다.

一經品題(일경품제) : 한 번 공의 품평을 받고나면

便作佳士(편작가사) :곧 훌륭한 선비가 됩니다.

而今君侯何惜階前盈尺之地(이금군후하석계전영척지지) :

그런데 지금 공께선 어찌하여 계단앞 일척 남짓의 땅을 아끼시어

不使白揚眉吐氣(불사백양미토기) : 저로 하여금 눈썹을 치켜올리고 기상을 토하며

激昂靑雲耶(격앙청운야) : 청운의 뜻을 높이 펴내게 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昔王子師爲豫州(석왕자사위예주) : 옛날에 왕자사는 예주자사가 되었는데

未下車(미하거) : 부임하는 수레에서 내리기도 전에

卽辟荀慈明(즉벽순자명) : 순자명을 불렀고

旣下車(기하거) : 임지에 도착하여 수레에서 내린 후에는

又辟孔文擧(우벽공문거) : 공문거를 불러 썼습니다.

山濤作冀州(산도작기주) : 산도는 기주자사를 지냈는데

甄拔三十餘人(견발삼십여인) : 삽십여 명의 인재를 발탁하였으며

或爲侍中尙書(혹위시중상서) : 그중에는 시중과 상서까지 된 사람도 있었으므로

先代所美(선대소미) : 선대에 칭송받는 바가 되었습니다.

而君侯亦一薦嚴恊律(이군후역일천엄협율) : 그런데 공께서도 또한 한 번 엄협률을 천거하시니

入爲秘書郞(입위비서랑) : 조정에 들어가 비서랑이 되었습니다.

中間崔宗之房習祖黎昕許瑩之徒(중간최종지방습조여흔허영지도) : 그 중 최종지·방습조·여흔·허영 등의 무리는

或以才名見知(혹이재명견지) : 어떤 이는 재명으로 아려지게 되었고

或以淸白見賞(혹이청백견상) : 어떤 이는 청백함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白每觀其銜恩撫躬(백매관기함은무궁) : 저 백은 매번 그들이 은혜를 잊지 않고 몸을 닦으며

忠義奮發(충의분발) : 충의로써 분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白以此感激(백이차감격) : 저는 이에 감격하였고

知君侯推赤心於諸賢腹中(지군후추적심어제현복중) :

공께서 여러 현사들의 복중에 진신을 심어 주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所以不歸他人(소이불귀타인) :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귀의하지 않고

而願委身國士(이원위신국사) : 공과 같이 나라에서 으뜸가는 선비에게 몸을 의탁하고자 원하는 것입니다.

儻急難有用(당급난유용) : 만일 급한 곤경을 당하여 쓰실 일이 있게 된다면

敢效微軀(감효미구) : 저는 감히 미천한 몸이나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且人非堯舜(차인비요순) : 또한 사람은 모두가 요순과 같은 성인이 아니니

誰能盡善(수능진선) : 누군들 완전히 잘할 수 있겠습니까?

白謨猷籌畵(백모유주화) : 제가 도모하고 계획하는 것이

安能自矜(안능자긍) : 또한 어찌 감히 자부할 만하다 하겠습니까?

至於制作(지어제작) : 그러나 문장을 짓는 일에 있어서는 이미 지은 것이

積成卷軸(적성권축) : 여러 권을 이루고 있으므로

則欲塵穢視聽(칙욕진예시청) : 공께 보여드림으로써 눈과 귀를 더럽히고자 합니다. 다만

恐雕蟲小伎(공조충소기) : 벌레를 조각해 놓은 듯한 보잘것 없는 재주이어서

不合大人(불합대인) : 어르신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若賜觀芻蕘(약사관추요) : 만일 공께서 보잘것 없는 문장이나마 한번 보아주신다면

請給紙筆(청급지필) : 청컨대 공이와 붓을 내려주시고

兼之書人(겸지서인) : 글씨 쓸 사람을 더불어 보내 주십시오.

然後退掃閑軒(연후퇴소한헌) : 그런 후엔 조용한 방으로 물러나 깨끗이 치운 다음

繕寫呈上(선사정상) : 다듬어 베끼도록 하여 공께 올리겠습니다.

庶靑萍結綠(서청평결록) : 바라옵건데 명검 청평과 같고 보옥 결록과 같은 저의 글이

長價於薛卞之門(장가어설변지문) :

검 감정가 설촉과 옥 감장가 변화와 같은 공의 문하에서 좋은 값을 받았으면 합니다.

幸推下流(행추하류) : 부디 비천한 저를 밀어주셔서

大開獎飾(대개장식) : 크게 한 번 칭찬하고 장식해 주시기 바랍니다.

惟君侯圖之(유군후도지) : 오직 공께서만이 그것을 도모해 주실 수 있습니다.